“왜 우리나라 기준금리 인상도 아닌 미국의 금리 인상 행보에 이렇게 큰 관심을 가지는 것일까?”라는 질문이 바로 그것이다. 실물경제의 측면과 금융자본 흐름의 측면 두 가지 관점에서 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실물경제 측면에서 보자. 우리나라 성장의 키 팩터는 무엇일까? 내수 소비와 대외 수출의 관점에서 생각해 본다면 과거에 비해 소비의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수출 성장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고 할 수 있다. 수출은 국내 수요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대외 수요, 즉 소비 여력이 큰 국가에 자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한국이 수출을 하는 국가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는 어디일까? 미국과 중국이 대표적일 것이다.
특히 미국의 소비는 한국 수출에 상당한 영향을 주게 되는데,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등 긴축적 행보를 보이면서 미국의 소비가 다소 둔화된다면, 한국의 수출 성장에도 당연히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내수 소비 여력이 크지 않은 대부분의 신흥국에도 해당이 되는데 미국의 금리 인상이 글로벌 국가들, 특히 신흥국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다음은 금융자본 흐름의 관점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선진국에서 시행된 이른바 양적완화라는 유동성 공급책을 통해 글로벌 유동성이 크게 증가한 바 있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이렇게 풀려 있는 거대한 유동성을 조금씩 흡수하게 되는 것인데, 이 경우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에 유입되어 있던 유동성에도 당연히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금융 투자의 관점에서 한 가지 더 고려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금리 차이다. 자본은 금리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흐르게 되는데, 금리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곳으로 자본이 보다 빠르게 쏠리게 되고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빠르다면 그 속도보다 빠르게 금리를 인상하지 못하는 신흥국에서 자본 유출이 현실화될 수 있다.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은 기축통화국이 아니기에, 미국과 같이 무제한 양적완화 혹은 거대 규모의 재정 지출을 하기 어렵다. 이 경우 경기 부양 효과를 통해 미국은 성장이 강하게 나타나지만 이외 국가들의 성장은 둔화 기조를 보이게 되는데, 신흥국은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로 금리 인상에 부담을 크게 느끼게 되는 반면 미국은 급격하게 상승하는 물가와 뜨거워지는 실물 경기를 식히려는 차원에서 빠른 금리 인상 기조를 나타내면서 통화 정책의 디커플링이 현실화된다.
이는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에서의 자본 유출을 심화시키게 되는데, 성장세가 미국에 비해 약한 상황임에도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자본 유출까지 나타난다면 실물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훨씬 클 수 있다.
이 경우 신흥국은 미국의 금리 인상을 염두에 두고 마찬가지로 자국의 금리 인상으로 대응,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상대적으로 미국보다 경기가 둔화 기조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물론 한국은 지난해 8월 이후 세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선제적 금리 인상을 통해 미국 금리 인상에 어느 정도의 대비는 되어 있는 상황이지만 만약 미국 금리 인상의 속도가 보다 빨라지게 된다면 추가적인 통화 긴축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과 같이 미국 금리 인상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실물경제와 국제 자본 흐름이라는 관점에서 간략히 살펴보았다. 글로벌 금융 시장이, 그리고 글로벌 교역이 촘촘하게 얽혀 있는 세계화가 상당 수준 진행되어 있기에 한 국가의 통화 정책 변화가 다른 국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글로벌 소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기에 수출 성장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큰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다. 현재 미국의 통화 정책 스탠스 변화가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 시장 참여자들의 주요 관심사로 부각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