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긴축 시계가 빨라지면서 글로벌 증시가 출렁이고 있다. 긴축 공포에 외국인과 기관 이탈이 빨라지면서 코스피도 2700선으로 주저앉았다. 지난해 말 국내 증권사가 내놓은 올해 코스피 전망치의 하단 평균인 2791.25를 밑도는 수준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증권사 전망이 한 달도 채 가지 않았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6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연말과 연초 2022년 코스피 밴드를 전망한 19개 증권사 가운데 현재 코스피 수준을 저점으로 예측한 곳은 4곳에 불과했다. 대다수의 증권사가 올해 코스피 전망치를 2800~3500포인트로 제시했다.
7개의 증권사가 2022년 코스피 하단을 2800선으로 전망했다.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메리츠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 2800포인트, 신한금융투자와 교보증권은 2850포인트를 제시했다.
키움증권이 지난해 10월 제시한 올해 코스피 밴드는 2950~3450포인트로, 저점 전망치 중 가장 높았다. 키움증권은 “올해 상반기 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 해소, 연말 이후 공급난 완화 등으로 실적 장세가 나타나면서 신고가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하반기에는 연준의 금리 인상, 내년도 실적 불확실성 등으로 상반기 상승 폭을 반납하는 ‘상고하저’ 흐름을 보일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대신증권은 가장 낮은 수준의 코스피 전망치를 내놨다. 대신증권이 지난해 11월 전망한 2022년 코스피 밴드는 2610~3330포인트다. 올해 1분기까지 실적 전망치가 계속 하향 조정되는 가운데 밸류에이션(가치평가) 할인 국면이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경기에 대한 실망감이 유입되면서 글로벌 증시의 하방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코스피는 이익 전망이 하락하면서 2022년 실적 역성장 우려까지 더해지며 미국 증시보다 부진한 국면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부국증권은 2650포인트, BNK투자증권은 2700포인트, 신영증권은 2710포인트를 올해 코스피 저점으로 제시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2740포인트, 흥국증권과 유안타증권은 2750포인트를 각각 전망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코스피 전망치를 제시하지 않았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좋은 주식, 좋은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는 게 중요하다”며 “인덱스는 평균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다고 본다”고 전했다.
긴축 공포와 지정학적 리스크, 실적 전망치 하향 등 대내외적 악재가 겹치면서 코스피는 새해 들어 -9% 넘게 폭락하고 있다. 지난 24일 2800선이 깨진 지 단 하루 만에 2700선으로 미끄러졌고, 현재는 2700선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11.15포인트(0.41%) 떨어진 2709.24로 마감했다.
외국인은 14일부터 이날까지 약 2조743억 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셀 코리아(국내 주식 매도)’에 나섰다. 개인은 이달 들어 3조1622억 원어치를 사들이며 코스피 하방을 지지하고 있다. 급격한 폭락장을 맞닥뜨린 개인 투자자들은 증권사들이 내놓은 코스피 전망치가 한 달도 채 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전문가들도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전날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사태, 국제유가 상승 등 부정적인 요인이 엉켜 있는 상태다. 당분간은 시장에 대한 접근을 보수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주 1월 FOMC와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이 마무리되면 시장도 안정을 찾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월 FOMC와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을 지나며 시장 부담은 일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상당한 낙폭을 경험하고 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단기적 반등의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짚었다. 다만, 1분기에는 물가 상승의 정점 여부,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사태의 진행 방향, 코로나19 추이 등을 지켜보면서 실적 눈높이를 조정하는 과정이 진행될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