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에린의 글로벌 혁신] 사회와 소통하는 디자인

입력 2022-01-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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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능력의 대중화와 디자인 교육 2

지난번 칼럼에서 얘기한 대로 이번에는 미래 디자인 교육이 어찌 나가야 할지 짚어 보겠다. 전통적으로 디자인 교육은 사람들에게 기술을 가르치는 것에 집중되었다. 왜냐하면 아이디어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능력은 고난도의 손기술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사실 아직도 디자인계는 거의 비슷한 소프트웨어, 비슷한 3차원 모델링 방법, 비슷한 스케치 도구를 가지고, 손에서 구현되는 능력으로 새로운 디자인 창출이나 업데이트가 진행된다.

그러나 이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점점 더 사용이 극도로 쉬워지는 디지털 디자인 소프트웨어(Technology driven design tools)들은 손으로 그려내는 훌륭한 스케치 능력의 요구를 떨어뜨리고 누구나 자신의 아이디어와 비전을 전문적 비주얼로 나타낼 수 있는 능력을 주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는 버튼을 몇 번 누르면 이미 저장된 무수히 많은 프로토타입 이미지 클라우드에 저장되어 있는 이미지를 입혀 그 변형을 자유자재로 조합시키고,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그 이미지가 실제로 어떻게 보일지 3차원 시뮬레이션도 가능하다. 이런 도구들을 통해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을 바로 그려 낼 수 있는 가상공간에서는 전통적인 디자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의 가치를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아직 AI 디자인 소프트웨어들이 걸음마 상태이고 이런 상황들이 설마 올까 하는 의구점도 들겠지만, 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필자가 최근 참여한 한 세미나(AI&Future of Design and Media)에서도 합성 미디어(Synthetic media)를 만들 수 있는 알고리듬이 얼마나 발달했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특히 AI를 이용하여 몇 번의 클릭으로 딥페이크(DeepFake, 다른 사람의 이미지를 가상공간에서 내 마음대로 조작하는 것) 또는 포토그래메트리(Photogrammetry, 여러 2차원 이미지를 섞어 붙여 3차원 이미지를 구현해 내는 것)를 하는 것이 전혀 어려운 기술을 요구하지 않고, 그 결과물이 얼마나 전문적이고 세련된 것인지에 다시 한번 크게 놀라는 기회였다. 이와 더불어 목소리로 비주얼을 그려내는 AI 디자인 도구들도 개발되고 있는 이 상황에, 아마 10여 년 후에는 마우스가 없이도 여러 가지 디자인의 모형과 데이터를 이용한 조합들이 쉽게 구현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시기 대학에서의 디자인 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지는 중요한 쟁점이다. 디자인 교육을 이전처럼 계속 그려내는 테크닉, 비주얼을 스케치하고 렌더링하는 것으로 국한한다면, 예전 초상화를 전문적으로 그리던 화가들의 역할을 카메라가 대신하고 있는 것처럼, 기술의 발달은 현재의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존재하기 힘들게 만들 것이다.

이처럼 테크니컬한 디자인이 대중화가 되는 시점에서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더 중요한 능력이 무엇일까? 그것은 사회를 더 잘 알고 변화를 수용하고 예측하며, 사람을 중시하고, 서로 협업하며 일을 진행하는 능력이다.

이에 세계적인 디자인 대학에서는 커리큘럼이 변하고 있다. 기술교육 부분을 대폭 줄이고, 대신 공공의 복지와 정의사회를 구현하는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증대시키고, 트렌드를 이해하는 능력, 전인적인 사람으로서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자세를 교육하는 교과과정이 늘고 있다. 또한 인간의 인지와 감정, 이런 것들이 사회와 환경과 어떤 상호작용이 있는지, 디자인으로 구현되는 세계가 정의롭고 정당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등의 총체적인 능력을 기를 수 있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즉 인문 사회학적 이론, 사회 심리학적 현상, 경제학적 분석 능력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커리큘럼이 변하고 있다.

더불어 디자인, 디지털 코딩, 데이터 기술 발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가고 있다. 코딩을 다루고 그 기술적 이해는 물론 기술과 데이터를 통해 증대시킬 수 있는 문제 해결의 강점과 더불어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어떻게 더 윤리적으로 다루어야 하는지를 강조한다. 이런 문제의 접근방법과 해결은 혼자서는 절대 이루어낼 수 없는 것이 미래의 상황이다. 이에 여러 디자인 산업 내부의 사람들은 물론, 디자인과 연결되지 않은 사람들과의 협업 방법과 태도들을 교육하며, 소통과 이해의 능력 증진을 강조하고 있다.

필자가 소개하는 이런 변화들은 글로벌하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디자인 강국을 지향하는 우리나라도 이런 방향들을 신중히 고려하며 디자인 교육과 산업을 증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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