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갈등을 보이며 '원팀' 기조가 깨지는 모양새다. 윤 후보는 홍 의원이 제안한 측근 공천을 사실상 거절했고, 홍 의원은 불쾌감을 드러내며 비꼬기에 나섰다. 홍 의원의 합류 없이도 윤 후보는 지지율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원팀 구성에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홍 의원은 21일 오전 네 차례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윤 후보와 최재형 전 감사원장, 권영세 선대본부장 등을 저격했다.
앞서 19일 홍 의원은 윤 후보와 만찬 회동에서 선대본부 상임고문 합류 조건으로 최 전 원장 등 측근 공천을 제안했지만, 윤 후보가 이를 사실상 거절했기 때문이다. 윤 후보는 공정한 공천이 필요하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저는 공천 문제에 직접 관여할 생각이 없다"며 "공정한 위원회를 구성해 맡기겠다"고 거절 의사를 밝혔다. 여기에 더해 최 전 원장과 직접 만나 "12월 이후부터 당 경선 후보들하고 함께 정권교체를 위해 당의 공식 후보를 조건 없이 도와주고 지지하겠다고 말씀하셨다"며 "그 기조가 지금 변함이 없으시다고 그런 말씀을 하셨고 저도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최 전 원장 역시 "정권교체에 집중해야지 어디 뭐 출마한다 이럴 계제가 아닌 것 같다"며 "정권교체를 위해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의원이 사전 논의 없이 자신의 공천을 요구했고, 본인은 그럴 뜻이 없다는 의미가 담겨 홍 의원만 난처해진 것이다.
홍 의원은 "아무런 이견(異見)도 없었던 두 시간 반 동안의 화기애애한 만찬이었다"며 "공천 추천 문제는 막바지 가서 1분도 소요되지 않았고 그 외 향후 대선 전략에 많은 것을 논의했던 보람된 만찬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이튿날 느닷없이 수하들이 나서서 잠깐 제안했던 합류조건도 아닌 공천 추천문제를 꼬투리 잡아 나를 구태 정치인으로 공격하고 순진한 최 전 원장까지 동원해 나를 비난했다"며 "다른 건 몰라도 합의 결렬의 원인에 대해서는 바로 잡아야 한다. 그런 모함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윤 후보와 최 전 원장의 회동에 이어 홍 의원이 반발하면서 국민의힘의 원팀 기조는 사실상 깨지는 상황이다. 홍 의원은 "모처럼 좋은 분위기에서 합의된 중앙선대위 선거캠프 참여 합의가 일방적으로 파기된 점에 대해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며 윤 후보를 돕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후보 역시 홍 의원 없이 향후 선거 국면을 치를 전망이다. 이미 홍 의원의 손을 잡지 않아도 분위기는 상승세인 상황이고, 홍 의원이 합류했을 때 분위기가 더 좋아질 거란 확신도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홍 의원이 들어와서 무리한 요구를 할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국민의힘 선대위 한 관계자는 전날 "홍 의원이 그래도 도와주시지 않겠냐"면서도 "굳이 홍 의원이 없어도 우리한테 불리할 건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오히려 홍 의원이 와서 요구만 많을 수도 있다"며 "홍 의원의 타이밍이 지났다. 윤 후보가 굳이 (제안을) 들어줄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윤 후보도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상승세이기 때문에 굳이 홍 의원의 손을 잡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한국갤럽이 18일부터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발표한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P))에서도 윤 후보는 33%로 전주보다 2%P 상승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런데도 윤 후보는 원팀 구성에 여전히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이다. 경선 기간 경쟁했던 유승민 전 의원 등과 측근을 통해 연락을 시도하고 있는 상태다.
다만 유 전 의원은 윤 후보의 연락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유 전 의원 측 관계자는 "(윤 후보가) 연락을 아예 안 했다는 말도 있다"며 "유 전 의원이 윤 후보와 합류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럴 이유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윤 후보는 이날 대전 지역 기자간담회에서 유 전 의원과 회동할 가능성이 있냐는 물음에 "원팀으로, 하여튼 대선을 치러나가는 데에 필요한 모든 방안은 제가 다 강구하겠다"고 답했다.
홍 의원과 소통에 관해선 "우리 홍 의원과 많은 얘기며 저간의 사정에 대해 제가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도 "어쨌든 우리 당이 원팀으로서 정권교체를 해나가는 데에 필요한 일이면 어떤 것도 마다치 않고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