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의 17일 방역패스 적용시설 조정으로 현장의 혼란만 부추겼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적용대상이 수시로 변화면서 원칙이 불분명하다는 이유에서다.
◇원칙 모호한 방역패스, 법원 따라 달리 판단
14일 법원은 방역패스 집행정지 건에 서로 다른 결정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는 서울 소재 백화점, 대형마트 등에 대한 방역패스 집행정지 신청을 이용했으나, 같은 법원 행정13부는 전국 백화점, 대형마트 등에 대한 방역패스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한 것이다. 방역패스 도입 취지와 필요성에 대한 정부의 설명은 같았지만, 재판부에 따라 달리 받아들여졌단 의미다.
대규모 점포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은 발표 당시부터 논란거리였다. 유통산업발전법상 대규모 점포인 3000㎡를 기준으로 방역패스 적용 여부를 달리할 근거가 없어서였다. 점포 종사자에 대한 방역패스 예외도 형평성 논란을 초래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날 방역패스 조정안을 발표하면서 ‘마스크를 상시 착용할 수 있느냐’, ‘비말 배출 위험성이 큰 활동이 전개되느냐’를 기준으로 제시했다. 달리 말하면, 백화점 등 대규모 점포에 대해선 처음부터 방역패스를 적용할 필요성이 없었단 말이다.
불명확한 기준, 법원의 제동 등으로 방역패스 적용시설이 수시로 변화하게 되면 방역패스 전반에 대한 불신도 커질 수밖에 없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달 1주차 기준으로 전체 확진자의 26.4%에 불과한 백신 미접종자가 위중·중증환자의 65.0%, 사망자의 68.8%를 점유하고 있다. 방역패스에 대한 불신으로 방역패스 위반이 늘고, 예방접종 참여가 줄면 미접종자를 중심으로 한 위·중증환자, 사망자 증가세도 가팔라질 수밖에 없다.
◇청소년 방역패스, 3월엔 가능할까
관건은 3월 예정된 청소년 방역패스 시행 여부다. 청소년 방역패스는 14일 서울 소재 대규모 점포와 함께 집행정지 결정됐다. 반면, 중대본은 코로나19 확진자 중 12~18세 청소년 비중이 25%를 넘고 단기간 내 오미크론 변이의 우세종화가 예상된다는 점을 이유로 청소년 방역패스를 예정대로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법원 결정이 유지되고, 중대본이 계획을 틀지 않는다면 3월 이후에는 서울 청소년만 방역패스를 적용받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중대본은 서울 청소년 방역패스 집행정지에 대해 항고를 제기할 방침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보건복지부 대변인)은 이날 중대본 브리핑에서 “학습시설을 방역패스 대상에서 제외해 학습에 비필수적인 고위험시설에 대해 방역패스를 적용하게 됨에 따라 청소년 방역패스 적용에 대한 법원의 결정도 달라질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법원의 결정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중대본은 이번처럼 방역패스 적용대상을 전면 조정해야 한다. 이 역시 정부가 당초 백신패스 적용시설에 백화점 등과 마찬가지로 마스크 상시 착용이 가능하고, 비말 배출 위험성이 낮은 보습학원 등을 포함했기에 발생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