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제결혼 중개와 국격

입력 2022-01-1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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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권영 여성가족부 가족정책관

국제결혼 중개업자를 통해 국제결혼을 하는 경우 배우자를 찾는 데 있어 자신의 의사보다는 국제결혼 중개업자가 제공하는 정보에 크게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국제결혼 중개수수료 2000여만 원을 지불하고 우즈베키스탄으로 건너간 A 씨는 결혼중개업자가 제공한 몇 가지 정보만을 가지고 맞선을 본 지 5일 만에 결혼식까지 올렸지만, 상대 여성은 신부 대행으로 고용되었고 결혼식에 나온 가족도 모두 거짓으로 드러나 사후 업자를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진행하는 피해 사례도 있었다.

국제결혼 중개 이용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인권침해를 근절하기 위해 2008년 ‘결혼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다.

그리고 2010년 7월 부산에서 한 베트남 여성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한국인 남편에게 흉기로 피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을 계기로 만남 주선 전 교환하는 신상 정보에 혼인경력, 건강상태, 직업, 범죄경력 외에 정신질환 여부도 포함하도록 하였다. 신상정보에 대한 공증과 영사확인 절차를 도입하여 상대방 정보에 대한 신뢰성도 높였다.

한편 국제결혼 중개업체에 대한 관리 강화를 위해 2012년에는 업체 등록 기준으로 1억 원 이상의 자본금 요건을 신설하고, 행정처분 현황 등을 지자체 홈페이지에 공시하도록 하였다. 작년 1월에는 상대방 여성의 얼굴, 키, 몸무게 등의 정보를 유튜브, 블로그, 홈페이지 등에 게재하여 상품 고르듯 하는 중개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영업정지 및 형사처벌을 부과할 수 있도록 법령에 근거 규정도 마련하였다.

건전한 국제결혼은 가족의 행복과 자녀의 건강한 성장과도 직결된다. 잘못된 국제결혼은 가족의 불행을 초래하고 결국은 파경을 맞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짧은 만남으로 이루어지는 국제결혼 과정에서 상대방에 대한 신상정보를 만남 전에 제공하는 절차는 매우 중요하다.

한 국제결혼 중개업자는 “지금까지 외국여성 신상광고를 통해 영업을 해왔는데, 갑자기 금지시키면 우리는 어떻게 하라는 거냐?”며 항의를 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국제결혼 중개업을 불법 또는 인신매매로 규정하고 있는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에서 버젓이 활동하면서 이러한 국가에서는 현지법에 따라 신상정보를 맞선 전에 제공하는 것이 어려우니, 맞선과 결혼식이 끝나고 난 이후 혼인신고 전에 신상정보를 교환하는 것으로 법령을 개정해 달라는 요구를 하면서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3개월이 넘게 시위를 하고 있는 국제결혼 중개업자들도 있다. 이들의 주장은 국제결혼 중개업 이용자들의 피해를 예방하고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사항들이다.

신상정보를 사전에 제대로 제공하지 않아 결혼생활이 파탄에 이른 이용자의 피해 호소를 외면함은 물론이고, 국제결혼 중개업체 홍보용으로 여성의 신상을 활용한 광고가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갈 시 K방역, K콘텐츠 등으로 위상이 한층 높아진 우리나라의 국격을 떨어뜨리며, 해당 국가의 법령위반과 인권침해 행위는 외교적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2020년 결혼중개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제결혼 중개업 이용자는 정책 개선사항으로 국제결혼 중개업자 대상 교육을 통한 자질 향상(31.1%)을 1순위로 꼽고, 2순위로 불법행위 지도감독 강화(27.3%)를 주문했다.

국제결혼 중개업자의 기존의 결혼중개 관행을 바로잡고, 건전한 국제결혼 중개 문화를 확산할 수 있도록 국제결혼 중개업자 교육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해외에서의 불법 행위를 근절하여 국제사회에서 국가의 품격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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