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라 추락 진절머리...터키인들, 가상자산 보유 확대

입력 2022-01-13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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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분기 리라로 거래된 가상자산 규모 일평균 2.1조원
환전소, 가상화폐 거래소로 탈바꿈
달러화 고정 스테이블코인 ‘테더’ 인기

▲터키 이스탄불에서 상점에서 물건을 살펴보는 사람들 위로 터키 국기가 오버랩돼 있다. 이스탄불/EPA연합뉴스
▲터키 이스탄불에서 상점에서 물건을 살펴보는 사람들 위로 터키 국기가 오버랩돼 있다. 이스탄불/EPA연합뉴스
터키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터키인들이 가상자산(가상화폐) 보유를 늘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록체인 분석회사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3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리라로 거래된 가상자산 규모가 하루 평균 18억 달러(약 2조1000억원)에 달했다. 최근 5분기래 최고치다.

가상화폐 거래소도 부쩍 증가했다. 터키 상업 수도인 이스탄불에는 외화를 환전하던 환전소가 모두 가상화폐 거래소로 탈바꿈했다.

특히 터키인들은 가치가 달러화에 고정되는 스테이블코인 테더를 집중적으로 구매했다. 테더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BNB에 이어 가상화폐 시총 4위의 코인이다. 데이터 제공업체인 ‘크립토컴페어’에 따르면 지난해 가을 리라는 달러와 유로를 제치고 테더를 가장 많이 거래한 통화로 기록됐다. 그동안 터키인들은 안전 자산인 달러, 유로, 금에 주로 투자했었다.

터키인들이 가상화폐 매입에 올인하고 있는 배경에는 자국 통화인 리라 가치의 끝 모를 추락이 자리하고 있다. 리라화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무리한 금리 정책으로 폭락을 거듭했다. 지난달 리라 가치는 달러당 18.36리라로 사상 최저치를 찍었다. 터키 물가 상승률이 36%로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는 데도 대통령이 중앙은행을 압박해 기준금리를 내린 영향이었다.

▲터키 리라화로 거래된 가상화폐 규모 추이. 단위 10억 달러.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터키 리라화로 거래된 가상화폐 규모 추이. 단위 10억 달러.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터키 중앙은행은 지난해 9월 이후 석 달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해 19%이던 금리를 15%로 낮췄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주요국이 긴축으로 태세를 전환했지만, 터키만 정반대로 움직인 것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고금리를 ‘적(適)’으로 규정하면서 “금리 인하를 통해 경제 독립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이 비상식적인 경제정책을 고집하면서 계속된 리라 약세로 수입물가가 급등, 민생 경제는 파탄에 직면했다.

이후 대통령이 리라화 변동성을 보호하기 위한 새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수습에 나서면서 달러·리라 환율이 12.28리라까지 내렸다. 이날 기준 달러·리라 환율은 13.33리라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최근 환율 하락에도 국민은 가상자산에 베팅을 걸고 있다. 대통령의 경제 도박으로 리라화가 언제 휴짓조각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터키 정부는 지난해 4월 가상자산 거래를 공식 금지했다. 국민은 정부보다 가상화폐를 더 믿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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