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 장기화로 국민들이 힘든 때 분열을 초래하는 이른바 '00갈등'이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세대 간, 성별 간을 넘어 백신 접종 여부를 놓고 갈등이 빚어지는가 하면 최근 정치권에서는 이념까지 등장해 갈라치기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갈등은 국민 불안을 넘어 대안을 제시하고 갈등을 봉합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 등 사회적 비용으로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멸콩' 논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윤 후보가 "멸치와 콩을 샀다"는 이른바 멸공 인증을 두고 이념을 끌어들여 대결을 부추긴다는 이른바 갈라치기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중이다.
기성세대와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세대)는 살아온 경제 구조와 노동환경이 달라 불통을 넘어 골이 깊은 갈등으로 번진 지 오래다. 공정한 경쟁 속에서 정당한 보상을 바라는 MZ세대와 일을 덜하는 것처럼 보이는 일명 '꼰대' 상사들에 대한 불만이 쌓였다.
지난해 11월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기업 373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0.6%가 ‘임직원 간 세대갈등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 기업 10곳 중 4곳(39.9%)은 세대 갈등으로 퇴사한 직원이 있었다. 이 중 84.6%가 MZ세대였다. 이들 기업 98.2%는 세대갈등이 조직문화나 경영성과에 영향이 있다고 봤다. 갈등의 사회적 비용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성별갈등은 정치권에서 격화하고 있다. 윤 후보는 7일 자신의 SNS에 '여성가족부 폐지'를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페미니즘, 성소수자 문제를 주로 다루는 유튜브 채널과 인터뷰했다. 2030이 3ㆍ9 대선 최대 변수로 떠오르면서 젠더이슈로 표심을 공략해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별 갈등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양극화가 심해져 중산층 이후 어려운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라며 "남녀 모두 힘든 상황에서 한쪽에 치우친 정책 공약을 남발해 정치가 통합적인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증명하는 방역패스 도입 갈등도 심화하고 있다.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지난해 연말부터 확진자가 급증하자 정부는 접종을 독려할 목적으로 방역패스 제도를 강화했다. 10일부터 3000㎡ 이상 대규모 점포를 이용하려면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나 48시간 내 발급받은 PCR 음성확인서 등 방역패스가 필요하다. 방역패스 효력을 놓고 법정 공방이 이어지면서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갈등 비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사 갈등처럼 현실적으로 보이는 비용은 아니지만 이러한 갈등들이 기업이나 산업 경쟁력을 떨어트리고 나아가 국가 경쟁력에도 손실을 가져온다"며 "코로나19로 국민통합이 필요한 때 정치권에서 표심을 잡기 위해 갈등을 조장하거나 촉발시키는 행태에 대해서 국민들이 준엄하게 비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