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계 경제석학들의 超인플레·자산시장 충격 경고

입력 2022-01-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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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석학들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심각하고 오래갈 것이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보다 강력한 통화긴축에 나서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주문했다. 또 Fed의 금리인상 등 긴축 가속으로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이 급격한 변동성과 충격에 노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등 석학들이 대거 참여해 7∼9일(현지시간) 화상회의로 열린 ‘2022년 전미(全美)경제학회’에서 나온 주장이다. 미국 경제·금융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면서 세계 경제에 큰 파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지금 인플레가 과속 상태로 Fed가 더 공격적인 금리인상으로 통화긴축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기준금리를 올려 총수요를 줄이는 것만으로 공급망 병목을 해소하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그는 재정문제도 거론해 “많은 나라가 인플레와 부채문제로 성장률 하락에 직면했지만, 부채를 줄일 의지가 없다”고 우려했다. 재정 운용의 ‘테일러 준칙’으로 유명한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도 “코로나 이후 재정정책이 경제를 부양시키지 못한 채 부채만 늘리고 인플레를 키웠다”고 비판했다. 201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Fed 목표대로 인플레율이 2%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물가상승률은 작년 11월 6.8%로 39년 만에 가장 높았다. Fed는 올해 세 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이 경우 금리는 현재의 연 0∼0.25%에서 0.75∼1%로 높아진다. 그러나 인플레를 감안하면 실질금리는 여전히 마이너스 상태로, 기준금리 2.5%가 될 때까지 Fed의 금리인상이 계속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당장 미국의 금리인상만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는다. 지난주 Fed가 3월 금리인상과 양적 긴축을 시사하자 글로벌 증시가 급락했다. 한국 또한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은 작년 두 차례 기준금리를 올린 데 이어, 1월에도 추가 인상이 확실시된다. 선제적 대응인데, 미국 금리인상이 예상보다 빠를 경우 기대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자산시장이 어느 때보다 불안해지고 있다. 미국 증시 폭락에 대한 경고와 함께, 국내 증시도 상반기 중 큰 폭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시장 전문가들이 많다. 외국인 자본 이탈로 환율이 오르면서 주가가 하락하는 악순환의 우려가 커진다. 그런데도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계속 돈 푸는 쪽으로만 간다. 연초부터 추가경정예산 타령이다. 글로벌 경제는 인플레를 잡기 위한 금리인상과 유동성 회수가 최대 이슈다. 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시장참여자들이 어느 때보다 금융환경과 자산시장 급변에 경각심을 갖고 대처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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