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 사장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무뇨스 사장은 5일(현지시간) ‘CES 2022’가 개최 중인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리조트월드 호텔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무뇨스 사장은 현대차가 훌륭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보유 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시장 트렌드에 기반해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투싼, 싼타페, 싼타크루즈 등 훌륭한 SUV 포트폴리오를 갖췄고, SUV 제품 판매 비중은 전체의 65%에 이른다”고 밝혔다.
전동화 역시 중요한 트렌드로 제시했다. 무뇨스 사장은 “현대차의 친환경차(HEVㆍPHEVㆍBEV) 판매 비중은 전체의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며 “특히 지난해 BEV(전기차)는 판매량이 전년 대비 130% 이상 증가했다. 이를 근거로 2030년까지 미국 시장에서 친환경차 판매 비중을 40~50%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럭셔리(고급화)’ 역시 또 다른 트렌드로 꼽았다. 제네시스를 진정한 럭셔리 브랜드로 성장시키기 위해 역량을 집중했고, 성과를 거뒀다는 설명이다. 그는 “제네시스는 전년 대비 세 배 이상 판매가 상승했고, JD파워의 소비자 지수에서도 BMW, 아우디, 렉서스 등 경쟁사보다 좋은 결과를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무뇨스 사장이 자신 있게 밝힌 것처럼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기록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포함해 미국에서 78만7702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대비 23.3% 증가한 규모다. 현대차와 제네시스, 기아를 모두 포함한 현대차그룹의 총 판매는 148만9118대에 달했다. 전년 대비 21.6% 증가한 수치로, 전체 미국 차 시장이 5% 남짓 성장한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성장세다.
무뇨스 사장은 미국 시장에서의 성장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반도체 부족을 꼽았다. 지난해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반도체 수급난을 겪으며 생산과 판매에 차질을 겪었다. 현대차도 영향을 받았지만, 유연한 생산 관리를 통해 타사보다 피해를 최소화했다. 무뇨스 사장은 “본사에서 공급망 관리를 잘 해줘 생산 물량 손실이 적었다”며 “이 와중에 현대차, 제네시스의 소매 시장 점유율을 최고치로 끌어올린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반도체를 자체 생산할 계획에 관해서는 원론적인 입장을 반복했다. 무뇨스 사장은 ”많은 제조사가 자체 역량을 키우려 노력하고 있다”며 “현지 생산 부품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향후에도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추기 위해 많은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무뇨스 사장은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충전 인프라 확충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충전 인프라를 갖춘 딜러만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를 판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기준을 충족하는 딜러만 아이오닉5를 판매할 수 있다. 아이오닉5를 판매하는 모든 딜러는 (고객에게) 충전 인프라를 제공할 예정”이라 말했다.
리비안, 루시드 등 신생 전기차 업체에 대해서는 사견을 전제로 배우려는 자세와 협력 가능성을 동시에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뇨스 사장은 “테슬라처럼 굉장한 성공을 거둔 곳도 있다. 겸손한 자세로 경쟁자들이 어떻게 하는지 배우고 더 개선된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동시에 이런 업체들과 파트너가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상황을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에서 현대차 브랜드를 강화하기 위해 '한국'이라는 브랜드를 활용하고, 타사의 좋은 점을 벤치마킹하겠다고도 했다. 무뇨스 사장은 "현대차그룹은 토요타 다음으로 미국 시장에서 두 번째 큰 아시아 브랜드로 성장했다"며 "브랜드 파워를 기르고 한국이라는 브랜드를 활용하겠다. 경쟁사 대비 큰 강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무뇨스 사장은 푸조ㆍ시트로엥, 토요타, 닛산에서 판매를 담당하다 2019년 현대차에 합류했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로서 전 세계 판매, 생산의 최적화와 수익성 개선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또한, 미국판매법인장과 북미권역본부장을 함께 맡아 북미 판매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고, 현장 영업력과 실행력을 확보하기 위한 체질 개선 작업도 주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