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임기 마지막 신년사를 발표했다. “우리 경제가 지난해 위기와 격변 속에서 강한 체질로 거듭났고, 양과 질 모두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고 자평했다. 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해온 포용적 성장정책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임기 중 주요 성과로 권력기관 개혁 제도화, 남북 대화를 통한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 코로나 위기에서의 ‘K-방역’ 성공 등을 꼽았다.
앞으로의 과제는 ‘국민 삶의 완전한 회복’에 방점을 찍었다. 코로나 극복이 첫째로, 소상공인과 피해업종에 대한 신속한 보상 및 지원을 강조했다. 탄소중립 시대에 앞장서 산업구조와 에너지 전환의 선도국가를 개척하고, 더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부동산 문제와 관련, “최근 집값 하락세를 확고하게 굳히고, 실수요자 주택공급의 속도를 높여 마지막까지 주거안정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당연한 국정 방향이고, 당장 급한 코로나 위기 극복과 민생의 안정이야말로 정부가 존재하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의 신년사는 공허하고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무엇을 보고 하는 얘기인지는 몰라도, 나라 현실의 정확한 인식이 결여돼 진단부터 잘못된 까닭이다.
한국 경제는 어느 때보다 위태로운 상황이다. 올해 환경은 먹구름이다. 오미크론의 글로벌 확산이 그동안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마저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가속되는 인플레이션,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금리인상과 자산시장 거품 붕괴, 장기화하는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중첩된 복합 위기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이 심화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경기 추락과 물가 폭등의 스태그플레이션 공포에 직면해 있다.
그럼에도 한가한 자찬(自讚)만 늘어놓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70년 대한민국이 유일하게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한 성취를 누구도 부정하거나 폄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성공의 역사를 부정하고 퇴행시킨 건 지금의 집권세력이다. 권력기관 개혁의 성과를 강조했지만, 그 상징인 공수처는 무능과 함께 언론인과 야당 인사에 대한 무차별 통신 사찰과 관련한 존폐 논란에 휩싸여 있다. 대통령은 줄곧 K-방역을 자랑하는데, 초기 백신정책에 실패하고 지금도 위중증 환자 급증으로 의료대응 체계는 사실상 마비돼 있는 최악의 상태다. 집값의 하향 안정세를 자신하고 있으나, 여전히 올해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시장의 관측도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은 3월 대선과 관련, “적대적 증오와 분열이 아니라 국민의 희망을 담는 통합된 선거가 돼야 한다”고 희망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통합이 가치만큼 우선 되는 건 없다. 가장 중요한 정부의 책무는 대선의 정치논리로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정책을 흔들어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들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중심을 잡아 선거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