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재단의 금전행위 등이 법상 ‘대부업’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이를 자격 없이 중개한 행위는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보호에 관한 법률(대부업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 등의 상고심에서 대부업법 위반 부분을 무죄로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A 씨는 재단법인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연금재단 특별감사위원회 외부 전문위원으로서 사실상 연금기금의 자금운용 업무를 간접적으로 담당하면서 1500억여 원의 투자 기금을 B 증권사 한 지점에 일괄 이관하고 금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대부중개업 등록을 하지 않고 재단과 사업시행자 사이의 1182억 원 규모 PF대출 거래를 중개하고 중개수수료 명목으로 20억여 원을 받은 혐의도 받았다.
1심은 “재단 인사들과의 친분 및 나름의 금융 분야 전문성을 바탕으로 재단의 투자 의사 결정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게 된 것을 기화로 투자 기금 일괄 이관을 대가로 돈을 받아 죄질이 무겁고 무등록 대부중개업을 통해 벌어들인 이득액도 상당하다”며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2심은 배임수재와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은 유죄로 보면서도 대부업법 위반은 무죄로 보고 A 씨에게 징역 1년10개월을 선고했다.
연금재단의 각 대출행위는 민법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법인이 정관에서 정한 목적의 범위에서 대부하는 경우로 대부법상 ‘대부업’의 범위에서 제외되므로 A 씨 등의 행위도 ‘대부중개’로 볼 수 없다는 이유다.
그러나 대법원은 “‘대부업’의 범위에서 제외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 주선행위 자체는 대부업법상 ‘대부중개’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개별 사안에서 특정 용역의 제공행위가 대부중개에 해당하는지는 용역 제공의 원인이 된 계약 체결 경위와 내용, 용역 제공자가 실제로 수행한 업무의 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심은 피고인이 연금재단과 차주 사이에서 수행한 업무가 대부업법에서 정한 대부중개에 해당하는지, 받은 수수료가 대부중개의 대가에 해당하는지를 심리·판단했어야 한다”고 짚었다.
이를 위해 A 씨 등이 대부 거래의 당사자에게 용역을 제공하게 된 경위, 용역 제공의 원인이 된 계약의 내용 및 실제로 수행한 업무의 성격 등을 함께 살펴봤어야 한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