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디어업계, 스트리밍 전쟁에 ‘진퇴양난’…새 콘텐츠에 내년 최소 136조원 투입

입력 2021-12-30 14:55 수정 2021-12-3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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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새해 디즈니+ 전용 콘텐츠 투자액 35~40% 늘릴 전망
넷플릭스도 내년 투자액 전년 대비 25% 증액
사용자 증가세 둔화 전망에도 콘텐츠 개발 열올려

▲미국 오리건 포틀랜드의 한 가정에서 사용하는 리모컨에 넷플릭스, 디즈니+ 등 각종 스트리밍 서비스와 연결되는 버튼이 보인다. AP뉴시스
▲미국 오리건 포틀랜드의 한 가정에서 사용하는 리모컨에 넷플릭스, 디즈니+ 등 각종 스트리밍 서비스와 연결되는 버튼이 보인다. AP뉴시스
미국 미디어업계가 격화하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 경쟁에 진퇴양난에 빠졌다. 미디어 기업 대다수가 스트리밍 사업에서 손실을 보고 있지만, 생존을 위해 지출을 줄일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상위 8개 미디어 기업이 새해 신규 콘텐츠 제작에 최소 1150억 달러(약 136조 원)를 지출할 계획이다. 스포츠 경기 중계권 등까지 감안하면 이들 기업의 내년 지출 규모는 총 14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기업은 월트디즈니와 컴캐스트, 워너미디어, 아마존, 넷플릭스, 비아콤CBS, 폭스, 애플 등이 포함된다.

이들 중 가장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는 기업은 디즈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디즈니는 새해 디즈니플러스(디즈니+) 전용 콘텐츠 투자액을 전년 대비 35~40%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디즈니의 전체 신작 영화와 TV쇼 제작에 투입되는 총액은 전년 대비 32% 늘어난 230억 달러, 스포츠 중계권까지 포함하면 33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20년 기준으로 하면 무려 65% 증액되는 것이다. 당장 내년으로 편성된 디즈니 자체 콘텐츠로는 톰 행크스 주연의 실사영화 ‘피노키오’, 애니메이션 ‘카’의 속편, 이완 맥그리거 주연의 ‘오비완 케노비’ 등이 있다.

넷플릭스는 내년 콘텐츠 제작에 170억 달러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는 올해보다 25%, 지난해보다 57% 증액하는 것이다. 비아콤CBS와 폭스, 애플도 자체 콘텐츠 제작에 수십억 달러 가량을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업계 1위는 물론 모든 업체가 막대한 지출을 예고한 셈이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은 작년과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을 계기로 가파르게 성장했지만, 내년부터는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미디어 기업들이 경쟁력 확보를 위해 콘텐츠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실제로 디즈니+는 2019년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범해 올해 3분기 기준으로 총 전 세계 가입자 1억1810만 명을 확보했고, 업계 1위 넷플릭스도 같은 기간 2억 136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지만 최근 두 업체 모두 신규 가입자 증가세 둔화를 겪고 있다. 넷플릭스 경영진은 코로나19로 인한 콘텐츠 제작 지연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리서치업체 모펫네이선슨의 마이클 네이선슨 대표는 “돌아갈 길은 없다”면서 “경쟁에서 살아남을 유일한 길은 프리미엄 콘텐츠에 더 많은 돈을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출 규모는 급증하고 있지만, 미디어 기업 대부분 스트리밍 서비스로는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 1위 넷플릭스조차도 내년에서야 손익분기점을 넘어서고 잉여현금흐름이 플러스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FT는 업계 리더조차 콘텐츠를 계속 생산하고 경쟁사들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는 사실에 일부 투자자들이 스트리밍이 좋은 사업인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건스탠리는 “(스트리밍) 시장의 무지개 끝에 수익성이라는 꿀단지는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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