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6개월만에 최고금리 인하를 추진한다. 금융당국이 내년부터 대출을 더욱 옥죄고, 규제 강화도 예고한 상태라, 중·저신용자들이 불법사금융에 내몰릴수 있다는 우려가 깊다.
2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정치권에서 여당을 중심으로 최고금리를 인하하자는 법안을 연달아 발의되고 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고금리를 연 20%에서 15%에서 하향 조정하는 ‘이자제한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금리가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현 경제 상황을 봤을 때, 최고금리 20%는 여전히 영세 자영업자와 서민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같은당 이수진 의원도 지난달 25일 ‘서민경제’를 앞세워 최고금리를 연 20%에서 13% 수준으로 낮추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금융권에서는 지난 7월 법정 최고금리가 24%에서 20%로 인하된 지 6개월도 안된 상황에서 또다시 인하안이 나오자 대선을 의식한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다. 더군다나 내년 각종 규제로 대출이 여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중저신용자들이 불법사금융으로 내모는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금융위원회는 내년 가계대출 총량관리 목표치를 올해(5~6%)보다 낮춘 4~5%로 제시했다. 자연스럽게 은행들이 연간 대출 계획을 보수적으로 잡을 수 밖에 없다. 목표치 대로라면 5대 은행 연간 대출 한도는 35조6000억 원(42조 원)으로 15%가량 줄어든다. 한달로 따지면 5대은행 기준 2조96000억 원 정도다. 작년 3조5030억원에서 5000억 원 이상 줄어든 수치다.올해 증가율 목표치가 4.1%였던 상호금융권도 내년 증가율 목표치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내년 1월부터 2억 원 이상, 7월부터 1억 원 이상 대출을 받을 경우 차주별 DSR 40%를 적용받는다. 여기에 2금융권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도 60%에서 50%로 하향 조정된다. 차주 단위 DSR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던 카드론도 내년부터는 포함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정부 정책이 가계대출 관리 강화기조를 강화하는 만큼 대출 받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서민들을 위한다는 취지로 정치권에서 최고금리 인하 카드를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 피해는 취약계층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2018년 금융위원회가 법정 최고금리를 24%로 낮췄을 때 5만 명 가량이 제도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해 불법 사금융을 대거 이용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지난 7월 최고금리를 인하했을 때도 약 3만 9000만 명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린 것으로 추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