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문재인 정부에 접어들어 집값이 크게 올랐다. 안정화 대책을 서른 차례나 내놨다는데도 집값은 오르고 올라 정권을 위협하는 변수까지 됐다. 정부의 말을 믿다가 폭망했다는 얘기가 시도 때도 없이 나왔다. 시장은 정부를 믿지 않았다. 정책의 선한 의도에 반해 결과는 나쁘기만 했다.
모순된 두 가지의 사례지만 공통점이 있다. 선한 뜻이 나쁜 결과로 귀결된 것, 결국 신뢰의 부족이 실패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문재인 정부가 전임 정부를 좇아 아파트 공급을 확대하고 수요를 줄이는 정책을 계속했으면 어땠을까? 재건축 활성화가 전자고 비강남 자사고 육성이 후자일 것이다. 그랬으면 집값 폭등의 진원지인 서울에서 문제가 해결될 수 있었다. 그런데 거꾸로 했다. 재건축을 틀어막아 공급을 줄였고 좋은 학교가 있는 강남으로 가자며 수요를 부추겼다.
정책 일관성의 결여로 우리 경제는 지난 10년간 너무나 큰 대가를 치렀다. 부동산 시장이 대표적이다. 정권이 바뀌면 정책이 손바닥 뒤집히듯 거꾸로 되니 죽어나는 것은 집 없는 서민이다. 보호해 주려던 약자가 피해자가 되고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는다. 원래 의도는 그렇지 않았는데 결과는 참담하게 됐다. 정책의 일관성이 결여되고 실행의 디테일, 치밀함이 부족했던 탓이다. 이럴 거면 선거를 왜 했고 정권을 왜 바꿨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5년 전 새 정부를 출범시키며 5가지의 인사원칙을 발표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의 인사를 비판하며 위장전입, 논문표절, 세금탈루, 병역면탈,부동산투기를 공직 배제의 사유로 내걸었다. 그리고 이 중 하나라도 위반될 경우엔 고위 공직자로 등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청와대 인사시스템과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엄격한 검증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첫 조각에서만도 22명의 공직 후보자 중 15명(68.2%)이 5대 원칙에서 하나 이상 논란이 됐다.
인사 결과만 놓고 보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한 셈이다. 야당과 언론의 지적은 근거 없는 정치 공세로 반박했지만 공감을 얻는 데에는 실패했다. 조국 전 법무장관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국민의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지키지 못한 약속이지만 다음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5대 원칙은 계승하면 좋겠다. 새로운 공약을 찾느라 시간과 돈을 들이지 말고 좋은 뜻은 지켜주고 실행의 디테일을 높여가는 것이 선거를 하고 정권을 새로 출범시키는 이유일 것이다.
조선의 21대 왕 영조는 즉위와 함께 금주령을 내렸다. 조선 8도에서 술 자체를 영원히 없애 버리겠다고 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의 밥상에는 식초나 송절차로 둔갑한 소주가 올라갔다는 기록이 있다. 영조를 이은 정조는 금주령을 풀고 술을 즐겨 마셨다. 금주령 시대에 이미 왕실에서 술맛을 알았다는 얘기다. 결국 금주령에도 불구하고 술은 없어지지 않았고, 없애겠다는 약속은 위에서부터 지켜지지 못했다. 애꿎게 처형된 몇몇 신하들만이 억울할 뿐이다. 1930년대 미국의 금주법도 조선의 금주령과 같다. 술도 못 없애고 억울한 이를 만들었다. 알 카포네 같은 조직 폭력배를 키우는 부작용까지 생긴 것이 금주령의 좋은 뜻이 초래한 나쁜 결과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도 공약이 쏟아진다. 공약대로라면 요순의 시대가 따로 없다. 그러나 좋은 뜻만으로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없다. 돌이켜보면 부동산 정책이나 인사원칙은 정말 좋은 뜻이었다. 국민들의 삶이 편안해지고 이 나라를 좀 더 깨끗하게 변모시키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이제는 유권자들이 알아야 한다. 알려진 정답을 쉽게 찾기보다 거기에 이르는 거칠고 힘든 과정을 살펴봐야 한다. 뜻으로만 평가하지 말고 나타날 결과까지 짚어내야 한다. 덜 좋더라도 나쁘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선거를 치르는 좋은 뜻이 된다. 아름다운 정원은 누군가의 허리 굽히기로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