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복귀 추진, 인력 유출 부추겼다는 분석도
실리콘밸리 대기업 사이에서 메타버스 인재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애플은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가 자사 핵심 인재들을 빼앗아가는 것을 막고자 파격적인 인센티브 지급에 나섰다고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주 칩 설계·하드웨어·소프트웨어 부문 엔지니어들에게 최대 18만 달러(약 2억1400만 원)어치의 자사주 보너스를 지급한다고 공지했다.
이 보너스는 4년에 걸쳐 지급되는 형태다. 사실상 장기 근무를 유도하고자 인센티브를 제시한 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관련 부서 엔지니어 중 10~20% 정도가 이번 인센티브 지급 대상이 됐으며 8만 달러·10만 달러·12만 달러 등으로 구간이 나뉘어 지급됐다. 보너스 대상이 공개되는 것이 아니어서 정확한 지급 총액은 알려진 바가 없지만, 규모 측면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해당 보너스는 기본급여와 현금 보너스를 포함한 연봉 일부가 아니다. 애플은 종종 직원들에게 현금 보너스를 지급해왔는데, 이번 보너스는 높은 실적을 올린 직원을 위한 특별 보수로 관리자급에게 부여되는 연간 ‘스톡 그랜트(회사 주식 무상 지급)’와 비슷한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이번 보너스 지급 결정은 애플의 인력 유출이 가속하는 가운데 나왔다. 최근 애플은 다른 실리콘밸리 기업들과 인재 확보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중 최대 위협으로 메타가 꼽힌다.
애플과 메타 모두 메타버스를 구현할 핵심 기기인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헤드셋과 스마트워치에 주력하고 있어 이들이 필요한 인재가 겹친다. 메타는 최근 수개월 사이에 애플에서 100명에 달하는 엔지니어를 스카우트해갔다.
물론 애플도 최근 페이스북의 ARㆍVR 커뮤니케이션 책임자를 고용하는 등 메타의 핵심 직원들을 영입해왔지만, 출혈은 애플이 더 컸다. 특히 애플은 자율주행차 등 다른 분야에서도 인력 유출이 일어났다.
블룸버그는 애플의 인력유출 규모가 메타나 다른 경쟁업체들에 비해 컸던 배경으로 사무실 복귀 정책을 꼽았다. 애플은 백신 접종 확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누그러들자 지난 9월 재택근무 비중을 줄이고 일주일에 최소 3일 출근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특히 하드웨어 엔지니어에게는 이보다 더 많은 4~5일을 요구했다. 코로나19 재확산에 애플은 사무실 복귀 시점을 연기했지만, 메타나 구글은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자율에 맡기는 등 더 완화적인 정책을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