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35)는 내년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가 갱신된다는 예고장을 받았다. 주택담보대출금에 보험료마저 오르면 살림이 빠듯해질 게 뻔한 A씨는 15년간 유지한 실손보험을 보험료가 좀더 저렴한 상품으로 갈아타야할지 고민 중이다. A씨는 “오래된 보험은 무조건 가지고 있는 게 유리하다고 들어서 예전에 부모님이 들어준 보험을 유지하고 있는데 보험료가 크게 상승해 ‘보험 리모델링’을 해야할지 고민이 된다”며 “보험료 청구도 잘 하지 않는데 나중에 일어나지도 않을 ‘만약’을 대비해 굳이 높은 비용을 지불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료가 내년 큰 폭으로 오른다. 실손보험 가입 시기에 따라 평균 9~16%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3~5년 주기의 갱신기간이 도래한 가입자가 연령 상승 인상까지 겹친다면 실손보험료 인상률이 50%를 넘을 수 있어 사실상 ‘폭탄’ 수준의 보험료 인상이 이뤄질 전망이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1세대’ 구(舊) 실손보험과 ‘2세대’ 표준화 실손보험의 내년 보험료 인상률은 평균 15%대에 달할 예정이다. 1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는 854만 명, 2세대 가입자는 1877만 명으로, 2731만 명의 실손보험료가 내년에 인상되는 것이다.
특히 2012년 12월 이전 가입자는 보험료 갱신 주기가 매년이 아닌 3~5년 주기어서 보험료 인상을 더 크게 체감할 수 있다. 만약 5년 주기로 갱신되는 상품에 가입돼 있다면 2017∼2021년의 인상률이 한꺼번에 반영되고 연령 인상분까지 더해져 인상률이 약 50~100%에 달할 수 있다. 이러한 가입자는 약 1150만 명에 이르며, 연령에 따라 40대 이하 가입자는 30% 이상 오른 보험료가 고지될 것으로 보이며, 50대 이상 고령층 가입자는 더 큰 상승분을 감당해야 한다.
‘안정화 할인 특약’이 종료되는 ‘3세대’ 신(新) 실손보험 가입자들도 처음으로 평균 8.9%의 보험료 상승을 경험할 전망이다.
이 같은 보험료 상승에 실손보험 가입자들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소수 가입자의 허위·과잉 진료에 따른 보험사의 비용 증가를 전체 가입자의 보험료 상승으로 상쇄하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세대 실손보험에 가입한 B씨는 “주위 사람이 도수치료를 자주 받아 보험사에서도 확인 나오는 걸 봤다”며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그 도수치료가 결국 내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니 화가 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따라 형평성 제고를 위해 보험료를 차등하거나 실손보험을 악용하는 가입자에게 자기분담금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할인이나 할증을 통한 보험료 차등제를 도입하거나 급여·비급여 보장구조의 분리, 자기부담금 상향 등의 실손보험 구조를 바꾸는 정책적 조치가 필요하다”며 “이러한 조치가 이뤄진다면 가입자가 의료이용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고 일부 의료계의 도덕적 해이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