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도시가스 요금 인상으로 서민 가계에 비상이 걸렸다.
28일 산업통산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내년 전기 요금은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4.9원씩 인상된다. 재생에너지의무발전제도(RPS)에 따른 기후환경요금도 4월부터 2원 오른다. 인상 폭은 약 10%다. 여기에 도시가스 요금도 5월부터 16%가량 인상된다.
전기·도시가스 요금 인상만으로 전반적인 물가가 급등하진 않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기·도시가스 등 두 품목의 가중치(총지수 1000)는 각각 15.5, 12.7이다. 전기 요금이 10%, 도시가스 요금이 16% 오를 때 소비자물가지수는 0.36%포인트(P) 오른다. 문제는 전기·도시가스 요금 인상에 따른 연쇄적인 물가 상승이다. 국내 뿌리산업 중소기업들의 제조원가에서 전기 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5~30%에 이른다. 공산품 전반의 물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서비스 물가도 비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방역조치로 억눌려 있던 외식 등 개인서비스 물가는 최근 기저효과와 수요 회복으로 오름 폭이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전기·도시가스 요금 인상에 따른 원가 상승으로 추가로 오름 폭이 확대될 수 있다.
전문가들도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연쇄적인 물가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요금을 올리기가 쉽지 않았다고 해도 내년 전기·가스 요금 인상 폭은 꽤 크다”며 “문제는 물건을 만드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요금이 오르기 때문에 생필품까지 가격이 오르게 되고, 결국 국민이 체감하는 실생활 물가도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플레이션 상황이 일시적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며 “정부 전망보다는 내년 물가 상승률이 높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회보험료도 오른다. 고용노동부는 28일 국무회의에서 내년 7월 1일부터 고용보험료율(실업급여 보험료율)을 0.2%P 인상하는 내용의 고용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사용자와 부담하는 실업급여 보험료율은 각각 0.9%(총 1.8%)로 0.1%P 오르게 된다. 이번 보험료율 인상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악화한 고용보험기금 재정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결정됐다.
고용보험료율 0.1%P 인상의 효과는 크지 않다. 근로자 입장에서 월 소득이 200만 원이라면 보험료 부담이 2000원 느는 것이다. 하지만, 내년 인상되는 건 고용보험료뿐 아니다. 국민건강보험료율은 6.99%로 0.13%P, 장기요양보험료율은 건보료율 대비 12.27%로 0.75%P 오른다.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에 사회보험료 인상에 따른 임금 하락이 겹치는 이중고다. 여기에 기업들과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제조원가 상승까지 삼중고를 겪게 됐다. 이는 저소득층에 더 큰 타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가구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가계수지는 26만8000원 적자였다. 2분위(하위 20~40%)는 흑자액이 45만 원에 불과했다. 가계수지는 처분가능소득(소득-비소비지출)에서 소비지출을 뺀 값이다. 가계수지가 0에 가까운 계층에선 당장 공공요금 인상만으로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아지는’ 상황이 돼버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