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부터 전기요금, 5월부터 도시가스요금이 일제히 오른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국민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억지로 잡아뒀던 전기요금과 도시가스요금을 더 이상 붙잡을 수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기·가스요금 인상으로 내년 물가 비상도 우려된다. 여기에 여론을 의식해 대통령 선거 전에 올리지 않고 대선이 끝난 뒤 인상하는 정치적 이유가 담긴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는 27일 각각 전기요금과 민수용 가스 요금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올해 유연탄, 천연가스(LNG), 벙커씨(BC)유 등 전기와 도시가스의 국제가격은 전년 대비 크게 상승했다.
전년 대비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1월 ㎏당 유연탄 가격은 120원에서 145원(20.6%↑), LNG는 504원에서 605원(20.7%↑) BC유는 419원에서 550원(31.2%↑)으로 상승했다.
이같은 연료비 상승분이 전기요금과 도시가스요금에 반영되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말 전기요금의 현실화를 위해 원가형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다. 그동안 국제 연료비가 요금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이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이 제도를 시행하고 총 다섯번의 요금 조정이 있었는데 단 두 번만 연료비 연동제가 작동하고 절반이 넘는 세 번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코로나19에 따른 국민 부담 해소, 물가 안정 등의 사유로 정부가 인상 요인이 있는 전기요금을 묶어둔 것이었다. 이 같은 정부의 조치에 대해 수긍하는 측도 있었지만 도입 취지가 훼손됐다고 비판하는 여론도 있었다.
특히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전기요금이 현실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다른나라에 비해 저렴해 전기절약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악화한 한전의 재무구조가 더 이상 전기요금을 억누를 수 없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3분기까지 한전의 영업적자는 3조 2000억 원이며 올해 4조 4000억 원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이번 요금 반영이 있기 전 내년 한전의 누적 적자는 10조 원까지 예상되기도 했다.
도시가스요금도 국제 LNG 가격 상승이 상승했지만 정부가 억지로 잡아뒀다. 특히 가스요금은 요금에 반영하지 않으면 이자비용도 발생하기 때문에 잡아두면 소비자가 결국 불필요한 비용을 내야하는 상황이 돼 버린다.
이번 인상으로 내년 물가 인상도 우려되고 있다. 전기와 가스는 생산의 기반이 되는 원료이기 때문에 이 연료원들의 인상은 최종 재화의 원가를 높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번 전기·가스요금 인상의 인플레이션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단 분석도 있다. 실제로 정부는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을 붙잡아뒀기 때문이다.
아울러 여론을 의식해 대선 전에 요금을 건들지 않고 있다가 대선이 끝나자 마자 요금을 인상하는 정치적 요인인 작용했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대선이 내년 3월인데 전기요금은 4월, 가스요금은 5월 등 대선이 끝난 뒤 일제히 올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