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졌던 반값 아파트는 2006년 다시 소환된다. 노무현 정부 때의 집값 폭등으로 무주택 서민들이 고통과 절망에 빠지면서다. 야당이었던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과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이 ‘토지임대부’ 법안을 내놓았고 2009년 특별조치법이 제정됐다. 공공이 소유한 토지에 아파트를 지어 땅값을 뺀 가격으로 싸게 분양하고, 땅의 임대료를 따로 걷는 방식이다.
이를 근거로 다음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정책이 실행됐다. 그린벨트를 해제한 서울 강남 세곡지구와 서초 우면지구에서 2011년 토지임대부 아파트를 평당 1000만 원대로 분양했다. 서울 요지(要地)였고 분양가도 주변보다 크게 낮아 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제한된 물량 공급으로 부동산시장 안정을 기대하기에는 애초부터 무리였다. 높아진 임대료 부담에다, 시세차익에 따른 ‘로또 아파트’ 논란이 커지고 택지 확보도 어려워졌다. 부동산 경기마저 냉각돼 민간아파트 미분양이 급증하자 결국 박근혜 정부 때 보금자리주택이 폐기된다.
반값 아파트가 다시 되새김된다. 문재인 정부의 총체적 부동산정책 실패에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전셋값 문제가 내년 3월 대통령선거의 최대 이슈로 부각돼 있다. 누가 어떤 해결책으로 집없는 서민의 고통을 줄이고 내 집 마련의 희망을 줄 수 있느냐가 핵심 승부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모두 통 큰 공약을 내놓았다. 이 후보는 공공주택으로, 윤 후보는 민간주도로 모두 임기중 250만 호의 주택을 공급한다고 했다. 땅을 어디서 찾아 무슨 돈으로 그 많은 아파트를 짓겠다는 건지, 일단 질러놓고 보자는 식의 이 비현실적 숫자를 따질 생각은 없다. 다만 이 후보의 ‘기본주택’ 100만 호, 윤 후보의 ‘청년원가주택’ 30만 호는 결국 예전 토지임대부 방식을 전제한 반값 아파트 구호의 반복이다.
마치 부동산문제를 해결하고 집값을 잡을 그럴싸한 대책인 것처럼 보이지만 전혀 ‘아니올시다’이다. 땅을 공공이 소유하고 집만 싸게 분양하려면, 수요가 있는 곳에 집을 지을 수 있는 국공유지가 존재해야 한다. 서울과 수도권에 그린벨트 말고는 그런 땅이 바닥났다. 기껏 인기 없는 변두리나 신도시 일부 지역에 미미한 물량만 가능하다.
어렵게 쓸 만한 땅을 확보한다 해도 토지임대부 주택은 땅값의 월세를 내야 하는 또 다른 형태의 임대주택이다. 시세차익을 환수하는 장치도 불가피하다. 우리 국민에게 주택은 거주공간 이상의 의미를 갖는 대표적 자산(資産)이고, 온전하게 소유하는 ‘내 집’을 원한다. 관심이 떨어지고, 제한적 공급으로 시장의 변수가 되기 힘들다. 시장 참여자의 기본 욕구에 어긋난 반값 아파트 대신 기존 아파트의 가치가 부각되고, 민간의 공급 위축으로 또다시 집값을 부추길 공산이 크다. 과거의 반값 아파트가 실패한 이유다.
‘무늬만 반값 아파트’의 정치적 포퓰리즘으로는 결코 집값을 안정시키지 못한다. 해법은 시장에서 찾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 내내 집값이 국민 고통을 키운 것은, 틀린 이념과 왜곡된 투기(投機)의 관점으로 시장을 찍어누르고 통제하려 들면서 계속 시장과 거꾸로 간 조치만 남발해 온 탓이다. 정부는 시장을 이기지 못한다. 수요와 공급에 반응해 스스로 알아서 움직이는 시장을 머리 나쁘고 현실 모르는 얼치기 이념가들의 탁상공론 정책이 감당할 수 없다. 시장과 조화하지 않고 싸우는 정책은 반드시 실패한다. 지난 5년 그 후과(後果)를 똑똑히 목도하고 있다.
시장의 정상화 말고 달리 길이 없다. 전제조건은 집 가진 사람에 대한 징벌적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등 세금부담 축소, 수요 있는 곳에 집을 짓는 재건축·재개발 규제의 완화, 지속적이고 예측가능한 주택공급 확대 계획과 실행, 전세시장을 혼란에 빠트리는 임대차 3법의 폐지 등이다. 집에 대한 과도한 세금, 거래와 개발의 숨통을 막고 내 집 마련의 사다리인 전세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그릇된 정책들이 가격을 왜곡하고 시장의 불안심리만 키워 터무니없는 집값 폭등을 불러 왔다는 진단에서다. 문재인 정부의 모든 부동산정책과 반대 방향이다. kunny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