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7일 대기업 총수들과 오찬간담회를 가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정의선 현대차·최태원 SK·구광모 LG·최정우 포스코·구현모 KT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정부의 민관합동 청년일자리 창출 사업인 ‘청년희망온(ON)’에 동참한 기업 대표들을 격려하고,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만들기의 역할을 강조한 자리다.
청년희망온은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직접 교육·채용하고, 정부가 훈련비용 등을 지원하는 협력 프로젝트다. 그동안 6개 그룹이 약속한 청년채용 규모만 20만 명 수준이다. 청년실업 해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이번 회동에는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감됐다 지난 8월 가석방으로 출소한 이재용 부회장이 문 대통령과 처음 만났다. 삼성은 최대 기업일 뿐만 아니라 고용시장 파급력도 가장 크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제도교육을 통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그러나 좋은 일자리 창출은 기본적으로 기업 몫으로, 기업인들이 든든한 힘이 돼달라”고 당부했다. 민관의 다각적 협력도 강조했다. 참석한 총수들도 “고용을 확대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화답했다.
이전에도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과의 만남은 여러 차례 이뤄졌다. 하지만 대개 대통령이 주문하고 기업인들은 마지못해 끌려가는 자리였다. 이번 역시 정부와 경제계의 소통에 바탕한 생산적 성과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대통령과 기업 총수들 간의 회동만으로도 적지 않은 의미가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서로 듣기 좋은 덕담만 나누면서 끝날 일이 아니다. 치열한 토론까지는 아니어도, 한국 경제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기업 현장의 고충을 허심탄회하게 토로해 정책과 제도개선에 신속하게 반영된다는 신호를 주어야 한다. 그런 기대에 조금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이다.
핵심과제인 청년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투자여건 개선이 전제돼야 한다. 그동안 경제계는 수없이 규제의 혁파를 통한 투자 걸림돌 제거를 절박하게 호소해 왔다. 그러나 정부는 계속 거꾸로 갔다. 신사업 개척과 투자 의욕을 꺾고 경영권을 위협하며, 노동조합을 과잉 보호하는 법들만 쏟아내 기업 숨통을 조여 왔다. 내년 시행에 들어가는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인들을 언제든 형사처벌할 수 있는 잠재적 범죄자로 내몬다.
이런 식으로 지속가능한 청년일자리 확충은 공염불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서 내년 투자와 고용을 현상 유지, 또는 줄이겠다는 기업이 4곳 중 3곳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 국면에 기업 심리가 완전히 얼어붙은 현실이다. 임기가 끝나가는 정부라고 해도, 기업가정신을 되살리고 양질의 청년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없는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