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주차장에서 승용차를 운전한 뒤 경찰의 음주측정을 거부한 운전자가 운전면허 취소 위기에서 벗어났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A 씨가 경북지방경찰청을 상대로 낸 자동차운전면허 취소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A 씨는 2016년 한 아파트에서 B 씨가 후진하다 사고를 내자 대신 운전해 사고지점부터 경비 초소 앞까지 차량을 옮겼다.
이후 사고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출동했고 A 씨는 파출소에 임의동행됐다. 그는 음주측정 요구를 받았으나 운전한 사실이 없다며 거부했다.
경찰은 A 씨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음주측정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동차운전면허 취소 처분을 했다. A 씨는 이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제기했으나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는 해당 아파트의 주차장에서 A 씨가 운전한 장소를 도로교통법상 ‘도로’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행정제재 처분인 운전면허 취소ㆍ정지의 근거 규정인 도로교통법 제93조에는 도로 외에서 한 운전도 포함한다는 규정은 없다. 때문에 도로 외의 곳에서의 음주운전, 음주측정거부 등에 대해서는 형사처벌만 가능하고 운전면허의 취소ㆍ정지 처분은 할 수 없다.
앞서 대법원은 아파트 주차구역 인근을 도로교통법상 ‘도로’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현실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차량 통행을 위해 공개된 장소인지, 특정인들만 사용할 수 있고 자주적으로 관리되는 장소로 볼 것인가에 따라 결정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놨다.
1심은 A 씨가 운전한 공간에 대해 “이 아파트 경비원들이 단지 내로 출입하는 차량을 통제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며 도로교통법상 도로에 해당한다고 보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비록 일반 차량 진입을 막는 차단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고 경비원이 진·출입 차량을 모두 통제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정문과 후문을 비롯해 6곳 정도에 경비초소가 설치돼 있다”면서 “외부 차량 출입을 금하는 표지판도 설치하는 등 아파트에 불특정 다수의 일방통행, 주차행위가 예정돼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도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