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참 묘하다. 과연 이들이 어떻게 해야 경제가 성장하는 것인지에 대한 제대로 된 지식을 갖고 있기는 한지,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의지가 있기는 한지 의심스럽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반시장적 조치들이 취해졌었나. 기업에 대한 간섭과 규제 강화, 노동시장 경직성 강화, 보편적 복지제도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정부가 국민의 활동에 하나하나 간섭하려 든다면 개개인의 자유가 줄어 기업가와 국민들의 능력과 잠재력이 발휘되지 못한다.
괜한 걱정이 아니다. 현실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1인당 잠재 GDP 성장률이 2030년 이후엔 회원국 중 최하위권으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2007∼2020년의 연평균 2.8%에서, 2030∼2060년 0.8%로 떨어져 캐나다와 함께 OECD 38국 중 꼴찌로 내려간다는 것이다. 2039년엔 일본에도 역전될 것으로 전망됐다.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대표적인 저성장국 일본보다도 취약한 ‘제로(0) 성장국’으로 전락한다는 얘기다.
글로벌 환경은 상대가 죽지 않으면 내가 죽는 환경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1월 미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투자도 투자지만 현장의 처절한 목소리들,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오게 되니까 마음이 무거웠다”며 “나머지 얘기는 또 다음 기회에 말씀드리겠다”며 걱정스러운 속내를 내비쳤다.
‘동냥은 못 줄망정 쪽박은 깨지 마라’는 말이 있다. 코로나19라는 경험하지 못한 환경과 냉혹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 몸부림치는 기업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 때가 아닐까.
한국경제연구원은 얼마 전 ‘경제환경 변화에 대응한 경쟁법정책 개편방안’(주진열 부산대 교수)과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위한 제도개선’(최준선 성균관대 교수)이란 보고서에 기업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한경연은 “공정거래 소송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1심 법원 역할은 정치적 독립을 전제한 것이지만, 현실에서는 정치적 독립 보장이 어려워 차기 정부에서 공정위의 1심 역할을 폐지하고 3심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경연은 우리나라가 모델로 삼은 일본도 공정위의 1심 역할을 폐지하고 3심제로 전환했고,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정치적 독립이 보장돼 있음에도 1심 법원 역할을 하지 않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아울러 불공정거래행위의 위법성 판단 기준을 ‘합리의 원칙으로 명문화할 것, 거래상 지위 남용 조항을 공정거래법에서 삭제하고 유통업법이나 대리점업법 등으로 이관할 것 등을 요구했다.
경제체제를 만드는 것은 정치다. 그래서 국정을 총괄하는 리더가 어떤 사상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국가 운명이 결정된다. 그런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1차 세계대전 전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 중의 하나였던 아르헨티나는 일자리 만든다고 공무원을 대폭 늘리고 연금 혜택도 마구 늘리다 20번 이상 모라토리엄(채무불이행)을 선언하는 ‘부실 국가’로 전락했다. 석유에 의존해 복지정책을 남발해온 자원 부국 베네수엘라는 20여 년 만에 남미 최대 빈곤국으로 전락했다. 결국, 나라가 망해 국민 수백만 명이 해외로 탈출하고 남은 국민은 쓰레기통을 뒤지는 지옥이 됐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집권당이었던 영국 노동당은 복지를 늘렸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표방한 정부 정책은 연금과 무료 의료 혜택은 물론이고 결혼 · 임신 · 과부 · 장례수당까지 지급했다. 과도한 사회복지와 노조의 막강한 영향력으로 인한 고임금, 생산성 저하 등 고복지·고비용·저효율로 대표되는 ‘영국병(British disease)’이 만연한 것이다. 대처 총리는 정부 규제를 과감히 철폐했고, 복지정책을 과감히 축소했다. 그러자 영국 경제가 다시 살아났다.
기업 편을 들라는 게 아니다. 보편적 복지를 줄이라는 말도 아니다. 합리적 규제와 상황에 맞는 규제를 주문하는 것이다. 다음 정부에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 구멍가게 딸 마거릿 대처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