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일 ‘2022년 경제정책방향’을 내놓았다. 내년 경제성장률을 3.1%로 제시하고, 내수 활성화를 위해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는 각종 대책을 동원함으로써 ‘완전한 경제정상화’를 이룬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러나 내년 5월 새 정부가 들어서면 기존 정책들이 폐기될 공산이 크다. 임기 몇 달도 안 남은 정부 정책의 효용성이 떨어지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경제 전망이나 계획 자체가 지나치게 장밋빛 일색이어서 공허하기 짝이 없다.
3.1% 성장전망치부터 국내 민간연구소들이 전망한 2%대 후반보다 훨씬 높다. 내년 경제의 최대 리스크로 꼽히는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 오미크론 확산, 인플레이션 가속화와 주요국들의 긴축 전환, 장기화하는 글로벌 공급망 교란 등이 제대로 반영된 것인지 의문이다. 국내적으로 대통령선거 정국에서의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기업 투자심리 위축도 경기하방 요인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2%로 잡은 물가관리목표도 달성하기 힘들다.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은 2012년(2.2%) 이래 가장 높은 2.4%로 추정된다. 고공행진하는 국제 유가와 원자잿값은 여전히 변동성이 크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11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년 전에 비해 9.6%나 급등했다. 2008년 10월(10.8%)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생산자물가 상승은 곧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에너지·농축산물뿐 아니라 내구재·개인서비스·주거비 등 전방위로 가격상승이 확산돼 인플레 장기화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내년 경제 여건에 어느 때보다 먹구름이 짙다. 오미크론의 급속한 유행으로 경기 회복에 발목이 잡히고 물가가 계속 치솟는다. 글로벌 경제가 공통적으로 직면한 위험이다. 올해 역대 최고의 실적을 올리면서 그나마 우리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도 주요국 경기 하강으로 내년에는 불안해지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까지 커진다.
내수가 살아나려면 코로나19 극복과 일상회복이 이뤄져야 한다. 정부가 내놓은 내년 3.1% 성장전망의 전제다. 하지만 사태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신규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시 조여졌다. 내수 경기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오미크론이 우세종으로 확산하는 상황에서는 이 같은 방역강화 조치가 언제 풀릴 수 있을지 가늠하기 힘들다.
그동안 정부는 거듭된 추가경정예산 등 대규모 돈풀기로 추락하는 경기를 떠받쳐 왔다. 또다시 재정을 쏟아부어 성장률을 일부 끌어올릴 수는 있겠지만, 인플레 압력이 높고 대외적으로도 주요국들이 긴축에 나서는 상황에서 정책 지속성과 효과의 한계가 뚜렷하다. 나랏빚만 늘리는 부작용만 키울 우려가 크다. 정부의 위기극복 능력과 경제운용을 전혀 신뢰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