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커피전문점 시장 규모는 지난해 5조 6400억원으로 전 세계 3위권이다. 한국인들의 유별난 커피사랑을 보여주는 이 수치는, 달리 보면 소비자 입맛을 공략하기 위한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쏟아지는 신제품, 우후죽순 생겨나는 커피전문점 등 뜨거운 '음료 전장'에서 글로벌 1등을 차지한 한국인이 있다. 글로벌 음료 대회 논커피 부문에서 콤부차로 1위를 석권한 박은빈 이디야커피 음료개발팀 연구원이 주인공이다.
박은빈(32) 연구원은 천생 '얼리어먹터'(얼리어답터(Early adopter)에 '먹는다'를 결합한 신조어)다. 학창시절부터 디저트 맛집 탐방을 즐겼고 신제품이 나오면 먹어봐야 직성이 풀렸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마케팅 서포터즈, 식품기업 인턴십을 거쳐 졸업 후 자연스레 이디야커피에 공채로 입사했다. 박 연구원은 "원래부터 식품 쪽에 관심이 많아 해외 여행을 가더라도 재래시장이나 유명하다는 식당을 찾아다니며 맛에 대한 아이디어 조합하기를 좋아했다"고 말했다.
입사 후에는 맛을 좇기보다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트렌드세터'로 변신하기 위해 음료 관련 자격증 공부는 물론 사내 레시피 공모전에 응모해 척척 상을 타내기도 했다. 그는 "2년차 때 당시 TV 예능 프로그램 '나혼자 산다'가 유행하면서 1인 가구 이슈가 붐이었다"라면서 "허니브레드 등 혼자서 다 먹기 힘든 메뉴를 1인 메뉴화해 상을 탔다. 뭔가를 해내고 성취감을 느낄 때 가장 행복하다"고 밝혔다.
도전을 즐기는 성정 덕분에 2021 GCC(글로벌 커피 챔피언십)대회에서 음료 크리에이터 부문 1위를 차지했다. GCC대회는 글로벌 음료 교육기관인 GCS가 주최하고 미국, 호주 등 20여 개 국에서 수백 명의 선수가 참여하는 세계 음료 관련 전문대회다. 그는 이 대회에서 '콤부차'를 주제로 논커피 부문에서 글로벌 1등을 차지했다. 그는 "도전을 좋아하다 보니 GCC대회에 선수로 참가하게 됐다"라면서 "논커피 부문은 변주가 다양해 보여줄 수 있는 게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3개월동안 이어진 GCC대회가 마냥 쉬웠던 것만은 아니다. 콤부차 개발에만 2개월을 투자한 그는 수십 종의 차 맛을 테스트하느라 다이어트를 과감하게 포기하기도 했다. 박 연구원은 "야근은 기본이었고 한달 만에 3㎏이 확 찌기도 했다"라면서 "최종 토너먼트로 올라오면 10명의 파이널 선수들이 겨루는데, 콤부차가 요즘 건강 트렌드에 부합하다 보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자평했다.
콤부차로 글로벌 음료대회를 평정했지만 개발한 메뉴 중 100% 만족스러운 것은 없었다는 그가 구상하는 신메뉴는 뭘까. "대중적이면서 신선한 메뉴를 개발하는 게 늘 과제"라는 그는 "최근 관심있는 주제 역시 건강이다. 지인들이 우스갯소리로 '살 안 찌는 카라멜 마끼아또' 좀 만들어보라고 한다. 안될 게 뭐가 있겠나 싶다. 건강을 접목한 트렌디한 음료를 개발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다음 도전에 목마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