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청년 다섯 명 중 한 명이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니트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하지 않은 상태에서 교육이나 훈련도 받지 않는 청년인구다. 괜찮은 직장이 없어 취업을 포기하고 있다. 앞으로 사정이 나아질 전망도 어둡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청년고용정책 사각지대 추정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10월 월평균 국내 15∼29세 니트족(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은 158만5000명으로 추정됐다. 이 연령대 인구(970만5000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6.3%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학원에 다니는 취업준비생을 포함한 작년의 니트족은 163만9000명에 달해 비중이 20.9%였다. OECD 회원국의 비교가능한 주요 13개국 가운데 이탈리아(23.5%), 멕시코(22.1%)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일할 의지가 있지만 직장을 구하지 못해 체감실업률이 25% 수준인 청년실업에 더해 니트족의 문제 또한 심각하다. 특히 고학력 니트족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니트족에서 전문대졸 24.1%, 대졸 25.6%, 대학원졸 24.5%로 고학력자 비중이 74.2%에 달했다. 니트족의 성비도 과거 여성이 남성보다 높았으나 작년부터 남성이 앞섰다.
니트족은 사실상 취업할 의지가 없다기보다 꽉 막힌 취업문으로 인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의 증가는 청년층 소득감소와 후생 악화로 빈곤문제가 커지는 것은 물론, 부모세대의 부담 가중, 사회적 낭비 및 경제활력 감퇴,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진다.
돌파구도 보이지 않는다. 한국경제연구원이 국내 매출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이미 연말인데도 주요 기업의 절반이 아직 내년 투자계획을 세우지 못했거나(40.6%), 계획이 없다(8.9%)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계획을 수립한 곳도 올해보다 늘리겠다는 곳(31.4%)이 적고, 올해 수준(62.7%)이나 축소(5.9%)가 많았다. 코로나 변이바이러스 오미크론의 확산, 원자재 가격 상승 장기화,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탓이다.
기업투자가 살아나야 좋은 일자리도 만들어지고 청년실업과 니트족 문제가 해결된다. 투자가 안 되고 있으니 기업들의 신규채용 여력도 쪼그라든다. 대외 변수 악화에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해도, 내부적으로 열악하기 짝이 없는 투자환경이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다. 기업들은 고용과 노동의 규제를 최대 걸림돌로 꼽는다. 투자의 발목을 잡는 규제들 수도 없이 많고, 획기적인 규제의 혁파가 시급한 과제로 강조된 것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나빠지고만 있다. 좋은 일자리 만들기는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