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 안돼… 정책기능 기재부로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이 현 금융감독체계가 금융 시장 발전을 오히려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개입은 최소화하고 금융 회사에 자율권을 부여해 스스로 클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전 원장은 7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금융 정책은 피해를 포함한 사회적 불안 요소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이 발생한다”며 “정책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그 뒷감당을 국민이 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하면 절대 금융 선진국으로 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윤 전 원장은 수십 년간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연구했다. 쌍봉형(건전성 감독+행위규제 감독 분리), 소봉형(소비자 보호기구만 분리), 단봉형(현 상태) 등 여러 형태의 모델을 제시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전제는 금융 정책과 금융 감독 업무를 동시에 맡고 있는 금융위원회의 해체다.
윤 전 원장은 “세상을 다 돌아봐도 금융 산업을 육성하는 국가는 선진국에선 없다”며 “우리도 과거엔 정부가 금융을 지원하고 소위 말하는 관치금융이란 걸 했지만 관치는 안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그 대신 그 피해를 금융 회사들이 부담하고 책임져야 하고, 금융감독은 그것을 지켜보다가 잘못하는 곳이 있고 엉터리같이 (피해를) 소비자한테 떠넘기면 망치로 때려주는 게 맞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 재무부(기재부의 전신)가 행장들을 호출하고, 보고받던 시절은 지났다”고 말했다.
윤 전 원장은 금융 정책을 집행하는 금융위가 해체해야 금융 회사들이 바라는 자율경쟁 구도가 조성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윤 전 원장은“금융위가 해체돼야 금융사들의 자율경쟁 구도가 생길 수 있는데 정작 금융 회사들도 잘 모른다”며 “금융위 해체는 다들 공감하지만 피해가 올까 봐 겁나서 말을 못 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모피아(재무부+마피아 합성어)란 단합된 동료 이기주의로 내려오는 게 있다”며 “(이 같은 분위기가) 국가를 망치고 있다. 옛날엔 한국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됐을지 몰라도 이제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윤 전 원장은 현 단계에서 금융 산업은 육성해야 할 존재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경제의 현 발전 단계에서 금융 산업은 더 이상 육성하는 게 아니다”며 “올바른 방향은 감독은 강화하면서 개입을 최소화해 자원 배분의 왜곡을 줄이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시장 제도와 금융사들이 지켜야 할 규칙을 잘 만들어 감독 기준을 제시하는 것으로 정부 역할을 끝내는 게 올바른 태도”라며 “다만 국가 금융산업발전이란 큰 그림을 제시하고 이에 걸맞은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는 수준의 선도는 필요한 것으로 판단한다. 이 같은 금융정책 기능은 기재부로 옮겨 더 큰 시각에서 방향을 제시하도록 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