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0일 화상 형태로 주최한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전 세계 110개국 정상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 개최 목적으로 민주주의 수호를 내걸었지만, 중국과의 경쟁을 ‘민주주의 대(對) 권위주의’라는 프레임으로 가져가려는 속내를 사실상 감추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 세계 민주주의가 도전에 직면했다”면서 자국이 주도적 수호자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지만, 문제는 미국이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을 만큼 모범 국가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주의 상징이었던 미국 의회는 진보와 보수의 양극화로 기능부전에 빠져 이제는 연말마다 연방정부의 셧다운을 우려하는 것이 관례가 돼 버렸다. 올해 1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극단적 지지자들이 국회의사당에서 난동을 부리며 미국이 추구해 왔던 민주적 가치를 뒤흔들었다. 이뿐만이겠는가. 공화당은 유색인종의 투표 접근성을 제한한다는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올해 19개 주에서 투표권을 제한하는 법안을 쏟아내며 최소 33개를 통과시켰다. 사회적으로는 빈부 격차가 극에 달한 가운데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은 각종 혐오 범죄로 이어져 계층 간, 인종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 내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사수하고 있던 과반의석을 공화당에 내주게 되면 바이든 정부는 교착상태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한층 커지게 된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권에 도전해 다시 백악관에 입성하게 된다면 미국의 민주주의는 또 한번 크게 후퇴하게 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민주주의 동맹국을 결집하려는 미국의 노력도 모두 헛수고가 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해외 민주주의가 아닌 자국 내 민주주의를 걱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민주주의와 민주적 자본주의가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제대로 작동하는지, 미국이 전 세계 민주주의 수호자를 자처할 수 있는 자격을 갖췄는지를 전 세계에 증명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