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상승장의 연료가 줄어들면서 등장한 집값 고점론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부동산 매입에 큰 영향을 주는 주택담보대출 잔액 증가폭이 큰 폭으로 줄고, 아파트 매수심리도 꺾이자 고점을 지났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강남지역 등은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고 한국은행과 민간 연구기관도 ‘하락을 속단하긴 이르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9일 부동산 시장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 주담대 잔액은 776조9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눈에 띄는 것은 잔액 증가폭이 대폭 줄었다는 점이다. 11월 주담대 잔액은 전월보다 2조4000억 원 증가했다. 이는 10월 증가액 4조7000억 원의 절반 수준으로, 2018년 2월(1조8000억 원 증가) 이후 약 3년 9개월 만에 최저치다.
정부는 하반기부터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돌입했다. 서울은 7월부터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 적용 등으로 매수를 위한 대출이 어렵다. 여기에 10월부터 개인 DSR 계산에 전세대출을 포함했고 금리 인상으로 시중은행 대출 금리도 5% 이상으로 오른 탓에 신규 대출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계절적 요인과 주택거래량 감소 등의 영향으로 줄었고, 집단대출 증가폭도 감소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부동산 규제에 대출 문턱까지 높아지자 주택 매수 심리는 꽁꽁 얼어붙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 주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60.2로 전주 대비 4.7포인트(P) 하락했다. 이 지수는 10월 들어 기준선(100) 이하로 떨어진 뒤 줄곧 하락하고 있다. 매수우위지수는 100 미만이면 매도자가 더 많음을, 100을 초과하면 매수자가 더 많음을 뜻한다. 아파트를 팔려는 사람이 사려는 사람보다 더 많은 만큼 집값 하락 가능성이 큰 셈이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도 주춤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첫째 주(6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와 동일한 0.10% 상승세를 유지했다. 특히 올해 서울에서 가장 높은 아파트값 상승세를 보이던 노원구는 5주 연속 상승폭이 줄었다.
다만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이어지는 데다 내년 상반기 이후 집값 상승이 또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대세 하락을 점치긴 이르다는 지적이다. 서울 아파트값이 주춤한 가운데서도 서초구 아파트값은 이번 주 0.19% 상승하며 전주(0.17%)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강남 고가 아파트의 신고가 행진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형은 지난달 15일 45억 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전용 145㎡형과 대치동 '리매안대치팰리스' 전용 94㎡형 역시 각각 최고가인 56억 원과 38억5000만 원에 손바뀜됐다.
한국은행은 9일 펴낸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주택가격의 높은 오름세가 지속되고 가계대출 수요도 여전히 큰 상황으로 내년 이후에도 둔화 추세가 지속할지 여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민간 연구소인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역시 내년도 주택경기 전망 세미나에서 수도권은 7%, 전국은 5% 이상 집값이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원은 올해 수도권 아파트값이 최고 16% 오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