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연말까진 둔화할 듯..추세적 안정세 보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
은행 가계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증가폭이 3년9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부동산 등 당국의 전방위적 규제약발이 먹히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 겨울철로 접어들면서 비수기를 맞은 것은 영향을 미쳤다.
연말까진 이같은 둔화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추세적으로 안정세를 보일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
반면, 기업대출 증가폭은 11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금융지원이 계속된데다, 설비투자를 위한 시설자금 수요 등이 영향을 미쳤다. 특히, 미국계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SK E&S(에스케이이엔에스) 지분투자를 위해 1조9000억원을 차입하면서 대기업 대출에 영향을 줬다.
부문별로 보면 주담대는 2조4000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는 2018년 2월(+1조8000억원) 이후 가장 적게 늘어난 것이다. 11월 기준으로는 2013년 11월(+1조9000억원) 이후 8년만에 가장 낮았다.
주택거래가 줄면서 관련 자금수요가 둔화한데다, 집단대출에서 취급 감소 및 일부 상환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세자금대출도 2조원 증가하는데 그쳐 2020년 5월(+2조원) 이후 1년6개월만에 가장 낮았다.
실제,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량을 보면 7월 5만9000호를 정점으로 10월 4만3000호까지 줄었다. 전국 아파트 전세거래량 역시 7월 4만7000호를 정점으로 9월 3만6000호까지 줄었다. 10월엔 4만호로 다시 늘긴 했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대출 등을 포함한 기타대출도 5000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는 전월(10월) 증가폭(+500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은행권의 신용대출 관리강화와 대출금리 상승 등이 영향을 미쳤다.
박성진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은행 가계대출이 주담대를 중심으로 많이 줄었다. 이같은 증가세 둔화는 주택거래 비수기 등으로 인해 연말까지 계속되겠다. 다만 대출증가세가 꺾여 추세적인 안정세라고 말하기엔 좀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은행 기업대출은 9조1000억원 증가한 1068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11월 기준으로는 2009년 6월 통계속보치 작성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부문별로 보면 대기업은 2조8000억원 증가해 역시 11월 기준 역대 최대 증가폭을 경신했다. 아울러 올 1월(+3조4000억원) 이후 가장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일부 법인기업의 지분투자를 위한 대규모 차입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게 한은측 설명이다. 실제, 통계상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KKR이 SK E&S 상환전환우선주(RCPS) 2조5000억원 가량의 지분투자를 위해 1조9000억원 규모의 차입을 단행한 바 있다.
중소기업은 6조4000억원 늘었다. 코로나19 금융지원이 계속되고 있는데다, 시설자금 수요가 영향을 미쳤다. 이중 개인사업자는 2조7000억원 증가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