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업의 기술수출 규모는 2018년 처음으로 5조 원대를 넘긴 후 2019년 8조5100억 원을 거쳐 지난해 10조 원 고지를 돌파했다. 올해는 금액을 밝히지 않은 계약까지 포함해 1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될 만큼 파죽지세다. 해마다 건수도 늘어 월평균 2건 이상 계약이 체결될 만큼 활발하다.
특히 1조 원을 넘는 '빅딜'이 꾸준히 등장하는 점은 K바이오의 잠재력을 짐작하게 한다. 1월 GC셀이 글로벌 제약사 머크(MSD)에 2조900억 원 잭팟을 터뜨렸고, 2월 제넥신이 인도네시아 KG바이오와 코로나19·항암 치료제에 대한 1조2000억 원 규모 계약을 맺었다. 지난달에는 레고켐바이오와 보로노이가 각각 항체약물접합체(ADC) 기술과 표적항암제로 1조 원대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다만 글로벌 무대에서 K바이오의 존재감이 점점 커지고 있는 와중에도 기술수출을 통한 블록버스터 신약이 탄생했다는 낭보가 아직 들리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다. 일각에서는 대다수 국내 기업이 궁극적인 신약 개발보다 기술수출 자체만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약 개발의 특성상 시간이 필요한 문제라고는 하지만, K바이오가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이제 성공의 눈높이를 기술 수출에서 신약 개발까지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때마침 7일 한미약품은 폐암 혁신신약 '포지오티닙'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절차에 착수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포지오티닙은 한미약품이 6년 전 미국 바이오기업 스펙트럼에 기술수출했던 후보물질이다. FDA 허가를 획득하면 기술 수출에서 신약 개발로 업그레이드된 K바이오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포지오티닙을 시작으로 K바이오의 진정한 기술수출 성공 소식이 연달아 들리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