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특혜ㆍ로비 의혹의 진실을 가릴 법정공방이 시작됐다. 검찰 수사에 협조적이던 정영학 회계사는 공소사실을 인정하며 자신이 제출한 녹취록의 신빙성 입증에 주력할 뜻을 내비쳤다. 다른 핵심 인물들은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정 회계사 측 변호인은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양철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대장동 4인방'의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이같이 밝히며 "실체가 드러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어서 정 회계사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 남욱(천화동인 4호 소유주) 변호사는 출석하지 않았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만 노란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출석했다.
이날 변호인들은 "증거기록이 방대하고 열람 등사가 완료되지 않아 수사기록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했다"며 추가 기일 지정을 요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공통된 기소 내용을 간단히라도 말하는 것으로 절차를 시작하겠다"며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검찰은 "정 회계사, 남 변호사, 김 씨 등은 서로 공모해 유 전 본부장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막대한 이익이 민간에 돌아가도록 한 배임 혐의가 공통으로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씨는 2015년 2월까지 유 전 본부장에게 민간에게 막대한 이익이 귀속될 수 있도록 각종 편의 제공해줄 것을 요구했다"며 특혜를 제공받은 후 700억 원을 지급하기로 약속하고 5억을 지급해 뇌물 공여 등의 혐의를 받는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또 "남 변호사의 경우 정민용 변호사를 성남도시공사에 입사시켜 대장동 업무 담당하도록 하고 유 전 본부장에게 35억 원을 뇌물로 줬다"며 "NSJ홀딩스(옛 천화동인 4호)를 운영하면서 법인 자금 중 35억 원을 빼내 정 변호사에게 주는 과정에서 자금을 횡령한 혐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씨 측 변호인은 "기소 후에도 검찰의 소환조사가 계속 이뤄지고 있어 이미 기소된 사실과 추가되는 공소사실을 구분하기 어렵다"며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어려움이 생긴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가능하다면 재판부가 소환조사가 공판 이뤄지는 과정에서 언제까지 계속되는지, 추가기소나 확정적인 수사 종료가 언제쯤 이뤄지는지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남 변호사 측 변호인은 "검찰은 공소사실에 2015년 이후 남 변호사가 무슨 일을 했는지 정확히 기재하고 있지 않다"며 "단순히 정 변호사를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추천했다는 이유로 전체적인 공모 관계와 연결짓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유 전 본부장 측 변호인은 "검찰 측 공소 요지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만큼 정리해서 다음 기일에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다음 기일은 24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이들은 정 변호사와 공모해 화천대유와 그 관계사 천화동인 1~7호에 최소 651억 원 상당의 택지개발 이익과 최소 1176억 원 상당의 시행 이익을 몰아주고 공사에 수천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