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사업 목표ㆍ전략 수립 난항
주요 사업장 방역 대책 강화 고심
오미크론(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이 확산하며 재계의 운신 폭이 좁아지고 있다.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연말 임원 인사 후 새해 사업 목표와 전략을 수립하지만, 올해는 오미크론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자 계획 마련에 차질을 빚고 있다. 동시에 사업장 방역 대책 수립도 고심 중이다.
5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는 조만간 사장단 인사와 임원 인사를 낸 뒤 이달 중순께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어 내년 사업계획을 논의한다.
삼성의 전략회의는 매년 6월과 12월 두 번 열린다. 특히 12월 회의는 정기 인사 이후 새로운 경영진과 임원, 해외 법인장까지 모두 귀국해 참석한다. 올해는 해외법인장까지 대면으로 참석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오미크론 확산에 따라 온라인 전환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도 새해 판매 목표를 재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연말부터 점차 완화할 것을 기대했지만, 오미크론 확산으로 다시 생산 차질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반도체 수급 차질로 올해 판매 전망을 기존 416만대에서 400만대로 낮추고, 투자계획 규모도 유동성 확보를 위해 기존 8조9000억 원에서 8조 원으로 줄였다. 이 같은 경영 기조는 내년에도 이어지고, 이달 중 예정된 임원 인사에서도 파격적인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임원 인사를 끝낸 LG그룹은 내년 사업계획을 다시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 계열사들은 공급망 관리와 함께 매출원가, 판매관리비를 줄여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사업계획을 준비한 바 있다.
새해 사업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는 건 기업 전반의 고민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국내기업 316개사를 대상으로 시행한 ‘위드 코로나 시대의 기업환경 전망과 대응과제’ 조사에서 ‘내년도 투자계획을 세웠는지’를 묻는 말에 이미 수립했거나 수립 중이라고 답변한 기업은 11.7%에 불과했다.
현재 검토 중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32.1%였고, 아직 검토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이 전체 조사대상의 절반이 넘는 56.2%나 됐다.
재계 관계자는 “연말이면 재계가 사업계획을 다듬어 추진할 태세를 갖춰야 하지만, 대외 변수가 늘어나 계획수립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사업계획에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을 포함했지만, 오미크론은 정보가 부족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재계는 오미크론의 사업장 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근무형태 변화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아직은 정부의 방역 지침을 주시하는 상황이지만, 향후 오미크론 확산 속도에 따라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재택근무, 출장, 모임 관련 지침을 이전과 같이 유지하고 있지만, 정부 발표에 따라 추가 방역 조치 등을 회사 차원에서 검토 중이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도 재택근무를 기존처럼 30%로 유지하고 정부 정책에 따라 조정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50% 재택 중인 팀이 있지만, 필수 인력(약 10%)을 제외하고 재택근무를 택한 곳도 있는데 이를 유지할 예정이다. 한화그룹은 자율적으로 시행하던 재택근무를 30% 이상 필수로 전환하고 회의는 화상회의만 진행하고,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면 출장도 금지했다.
포스코그룹과 GS그룹, 코오롱그룹도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추가 대책이 필요하면 시행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 때에도 회식 등 집단 모임은 최대한 지양한다는 방침을 내렸기 때문에 추가적인 방역 조치를 당장 내놓을 것 같지는 않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