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주택임대소득, 주식양도차익, 1주택자의 주택 양도차익, 종교인 소득 등은 거의 과세되지 않는다. 여기에다 경제와 금융의 혁신, 국제화 등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소득은 계속 생겨나는데, 소득세 제도가 부실하여 이를 과세하지 못한다. 최근의 비트코인 매매차익과 유튜버 수입, 과거 1996년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수익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의 소득세 제도는 열거주의 과세로 미국 등의 포괄주의 과세와 크게 다르다. 열거주의 과세는 근로소득, 사업소득, 배당소득, 이자소득 등과 같이 법에 열거된 소득만 과세대상이라, 새로운 형태의 소득은 과세하기 어렵다. 미국의 포괄주의 과세는 법에 명시된 비과세 대상을 제외하고는 출처와 관계없이 모든 소득이 과세대상이다. 즉 범죄 등 불법적인 돈이건, 뇌물이건, 하늘에서 떨어진 돈이건 자신의 수중에 들어온 모든 소득은 세금을 내야 한다. 납세자는 자기가 소비한 돈과 갖고 있는 재산에 대해 탈세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전직 대통령 아들, 조폭 두목, 재벌 2~3세뿐 아니라 종교인과 전문직, 공무원, 시민단체 활동가 중에서도 소득세를 거의 내지 않았음에도 재산이 많고 호화롭게 사는 사람이 일부 있다. 미국 등 소득세 포괄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이와 같은 비상식적인 일은 불가능하다. 조직폭력, 마약이나 뇌물 등을 통해 돈을 번 경우 범죄 사실이 발각되지 않아도 세금을 내지 않으면 탈세범으로 처벌을 받는다. 대표적인 것이 1920년대 미국의 유명한 갱 두목 알카포네 사례이다.
한국의 비트코인 등의 과세 사례를 보면 정책당국은 무책임하고 무능한 것 같다. 2016년 코인투기 열풍 이후 중국인 등 외국인이 자금세탁과 함께 국부를 유출해 갔다. 물론 이 와중에서 일부 한국인도 돈을 벌었겠지만 많은 수의 한국인은 손해를 보았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다 코인에서 번 돈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으로 몰려 집값 폭등에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자금세탁의 일반적인 수법의 하나가 부동산 매매이기 때문이다.
늦었지만 한국도 소득세 포괄주의를 도입하여야 한다. 소득세 포괄주의를 도입하면 코인 매매차익 등과 같이 조세당국이 모르는 소득이 생겨도 세금을 징수할 수 있다. 이것이 조세개혁의 핵심 과제이다. 연구와 논의라도 시작하자. 미국식 완전소득세 포괄주의로 일시에 전환하는 것은 어려울지 몰라도 유럽 국가들처럼 열거주의 하에서 포괄주의 원칙을 넓게 적용하여 세금 탈루를 막는 것은 의지만 있으면 가능하다. 소득세 포괄주의 도입 시 문제가 되는 사람은 뇌물을 받는 정치인과 공무원, 갑의 위치에서 횡포를 부리는 기업인, 불법도박업자·마약거래업자·조직폭력배 등 불법소득자, 세금을 탈루하는 고소득 전문직이나 시민단체 운영자 등 아주 소수일 것이다.
소득세 포괄주의에 대한 반대는 1994년도 금융실명제 도입 때와 같이 많을 것이다. 금융실명제 도입 전까지는 금융실명제가 도입되면 자유로운 금융거래가 불가능해지고 충격이 커 경제가 곧 망할 것이라는 주장이 아주 많았다. 현재 금융실명제는 덜 철저해서 문제이지 잘 작동하고 있고 경제에도 영향이 없다. 소득세 포괄주의도 금융실명제와 같이 선진국에서 대부분 채택하고 있는 글로벌스탠더드의 하나이다. 철저히 준비한다면 무리 없이 도입할 수 있다.
소득세 포괄주의는 조세기반의 확충뿐 아니라 부정부패를 줄여 사회의 투명성을 높이고 부(富)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게 해주는 정책수단이다. 현재 한국의 부자 중에는 잘못된 소득세 제도로 인해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부를 축적한 경우가 많다. 소득세 포괄주의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소급 적용은 불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부동산과 금융자산 등 자산에 대한 과세는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여 과거 잘못된 조세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소득세포괄주의는 공정하고 상식적인 국민경제를 만드는 기본으로 이번 대선을 통해 꼭 실현되어야 할 개혁과제의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