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상담소] 우리마을의 가을

입력 2021-11-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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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우 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 회장·지역사회전환시설 우리마을 시설장

수원시 분당선 역 근처에 지역사회전환시설 ‘우리마을’이 있다. 빌라형의 기관건물 옥상에는 작은 정원이 있다. 봄의 튤립과 무스카리는 이미 땅속에 묻혀서 긴 겨울을 준비하고 있고, 여름을 눈부시게 달구었던 수국도 말라서 바스락 소리만 흔들리고 있다. 옥상 정원 그 아래 네 개 층에는 다소 까다로운 사람들이 모여서 살고 있다. 조현병, 조울병, 우울증으로 마음 아픈 이들이 병원을 퇴원하여, 이곳에서 몇 달간 머물며 자립 생활을 준비하기 위함이다. 은둔형 외톨이 민수 씨도 우리마을에서 여름을 나고 지역사회 자활꿈터로 돌아갔고, 지금은 그곳의 동료들과 세상의 거친 물결을 타고 있으리라.

‘위드 코로나 물결’, 지금 우리사회가 코로나를 건너서 닿은 물결이다. 하지만 확진자 수가 언제 파도로 덮칠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래서 우리마을 입소자는 외출과 면회를 한층 더 통제받고 있고, 종사자는 매주 두 번씩이나 보건소로 가서 코를 찔려야 한다. 이렇듯 방역을 위한 통제는 안전 확보를 위한 대가로 자유를 구속하고 있다. 통제해야 할 대상은 분명 코로나바이러스지만, 정작 통제로 인한 고통은 바이러스가 아닌 사람들의 몫이다. 이제는 정말 위드 코로나 물결이 우리의 고통을 완화하고 관계의 구속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정신질환도 우리 사회에서 코로나와 같이 통제의 대상으로 인식된다. 정신과 증상은 약물치료와 입원, 그리고 사회적 배제로서 통제된다. 정신질환에 대한 통제로 인해 정작 고통을 호소하는 이는 다름 아닌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당사자이다. 정신과 증상 즉, 불안, 우울, 환청, 망상은 그 자체가 고통인데, 사회가 이것을 통제함으로써 정작 당사자는 이중의 고통을 감내해야만 한다. 이제는 정말 ‘위드 마음 앓이 물결’이 일어서 마음 아픈 사람들의 고통이 완화되고 관계의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롭게 되었으면 좋겠다.

이상기후와 감염병을 겪어 내면서 많은 것들이 변했다. 그러나 저 멀리 우러러보는 가을 하늘은 예전 그대로 높고 깊기만 하다.

황정우 지역사회전환시설 우리마을 시설장·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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