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다시 오르고 있다.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가파른 물가상승, 공급망 불안으로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가 뛰고 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인 1200원까지 위협하며 고공행진을 하자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달러 자산에 투자하는 방법이 주목받고 있다. 증시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견조한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1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달러 자산에 투자하는 주요 ETF는 연초 이후 양호한 수익률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KODEX미국달러선물특별자산’은 연초 이후 수익률이 8.40%에 달했다. 최근 6개월 수익률은 4.17%다. ‘키움KOSEF미국달러선물특별자산’의 경우 연초 이후 수익률이 8.38%, 최근 6개월 수익률은 4.24%인 것으로 집계됐다.
두 ETF는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한 달 기준으로 각각 약 77억 원, 약 18억 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달러 자산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원·달러 환율 상승 추세에서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레버리지 ETF의 성과는 더 압도적이다.
‘삼성KODEX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특별자산’과 ‘키움KOSEF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특별자산’의 연초 이후 수익률이 각각 16.76%, 16.70%로 수익률이 좋다. 최근 6개월 동안은 각각 8.12%, 8.29%의 수익률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KODEX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특별자산은 한 달 새 약 29억 원, 키움KOSEF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특별자산에는 약 111억 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올 들어 원·달러 환율은 꾸준히 상승곡선(원화가치 하락)을 그려왔다. 지난 6월 1일 1105.90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2일 1198.80원에 마감해 연고점을 돌파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한때 1182.10원까지 뛰었다.
유로, 파운드 등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95.17을 기록했다. 3주 연속 오르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이 같은 달러 가치 급등은 미국발(發)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이다. 석유 등 원자재 가격 급등에 물가 상승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준금리 인상이 더 빨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달러 가치는 상승한다.
앞서 발표된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지난해 10월보다 6.2% 뛰며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이 밖에 금융시장 불확실성도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를 키우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물가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큰 폭으로 웃돌았다”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한 것이 달러 강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달러 ETF 투자 시에는 상품별로 단기적인 대응과 장기적 관점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이은행 키움투자자산운용 전략지원팀장은 “현재 시장에선 달러 가치 상승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많다”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에 투자하는 1배짜리 ETF는 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다만 레버리지 상품은 복리 효과가 있어 단기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인버스 ETF 상품의 경우 해외주식 투자 시 헤지(위험 회피)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