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부동산 업체의 자금 경색은 정부의 엄포에서 시작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주택은 사는 곳이지 투기 대상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작년 2월 이후 부동산 가격이 10% 이상 급등하자 부동산 투기 잡기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중국 부동산 시장 과열의 주범은 투기 세력이 아니다. 부동산은 중국이 개혁개방을 선언한 1978년 이후 무려 31년간 연평균 성장률 9.9%라는 기적을 일군 토대였다. 기술도, 국민소득도 형편없던 중국은 금융정책과 외환정책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고정자산 투자를 일으켜 경제성장을 견인했다. 이자율을 대폭 인하해 국영은행 예금을 헐값에 이용했다. 위안화 평가절하로 수출경쟁력을 확보, 급증한 외환이 국내 통화팽창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시중은행에 채권을 강매했다. 국민 돈을 싼값에 쌈짓돈처럼 사용한 것이다.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는 동안 정작 국민소득은 제자리걸음을 한 이유다.
폐쇄적 자본정책으로 해외투자도 막혔던 중국인들에게 부동산은 마지막 출구였다. 사회안전망조차 약한 사회에서 불안한 삶을 지탱할 ‘버팀목’을 찾은 것이다. 정부가 때려잡겠다고 벼르는 부동산 투기를 부추긴 주범이 바로 정부였던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이를 해결해야 할 ‘정치’의 부재다. 중국 부동산 시장 개선은 왜곡된 금융·외환·산업 정책을 손보는 구조개혁이 수반돼야 한다. 그러나 지도자들은 사태를 봉합하는 데 급급했다. 후진타오 전 주석은 시스템 개혁 대신 ‘조화로운 사회’를 기치로 사회동요를 잠재우는 길을 택했다. 자신을 마오쩌둥·덩샤오핑 반열에 올려 장기집권의 길을 닦고 있는 시 주석이 ‘공동부유’를 앞세워 민심을 달래는 모습도 전임자인 후 전 주석과 묘하게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