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비조합원들의 ‘무임승차’를 노조가입률 하락의 주원인으로 꼽는다.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하면 매월 월급에서 노동조합비가 원천징수 된다. 조합비를 감내하면서 노조에 가입하는 가장 주된 요인은 단체협상을 통한 근로여건 개선과 임금인상에 대한 기대일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일할 권리 법안(Right to Work Law)’ 등은 단체협상의 비용을 부담하지 않은 비조합원들도 단체협상의 혜택에서 배제시킬 수 없도록 명시한다. 이런 법안들이 노조의 교섭력을 약화시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혜택’과 비교하여 얼마 안 되는 ‘조합비’ 때문에 무임승차자가 늘고, 노조가입율이 하락한다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
문제는 조합비보다 혜택이다. 노동자가 누릴 수 있는 노조 가입의 혜택은 (예상) 근속연수에 따라 크게 다르다. 예를 들어 단체협상으로 현재 월급이 1만 원 인상되고, 앞으로 10년을 더 일한다면, 혜택의 현재가치는 상당하다. 그러나 예상 근속연수가 1년이라면 그 현재가치는 어림잡아 10분의 1 남짓이다. 결국 예상 근속연수가 길면 노조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근속연수가 짧다면 노조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좀 더 구체적인 예로 택배시장을 생각해 보자. 일반 택배회사와 계약을 맺고 일하는 배송기사들 중에는 노년층도 상당히 많고, 전반적인 택배노조 가입율은 3~5% 정도라 알려져 있다. 그러나 쿠팡에 직접 고용된 ‘쿠팡친구’들 중에는 MZ세대라 불리는 청년층이 절대 다수이며, 노조가입률은 1%도 채 되지 않는다. 자신이 배타적으로 확보한 ‘구역’의 물량을 자신의 트럭으로 배달하는 택배기사들은 배달 일을 평생 직장으로 생각하기에 노조에 가입할 유인도 크지만, ‘쿠팡친구’들은 배달 일을 일시적 징검다리 직장으로 생각하기에 노조에도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혹자는 쿠팡의 단기 고용계약 관행이 노조 가입을 막는다고 하지만, 만성적으로 배송기사 부족에 시달리는 쿠팡이 단순 노조 가입을 이유로 재계약을 거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또한 젊은 택배기사들이 많이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면 노조에 대한 게시글은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 쿠팡과 마켓컬리 등의 근무 조건을 비교하고 자신의 이직 경험담을 공유하는 글들은 다수 눈에 띈다.
정작 제도적 보호가 필요한 저소득 단기 노동자들과 노조는 서로에게 무관심한 반면, 장기근속이 보장되는 노동자들만 노조 안에서 과대대표(over-representation)되는 구조적 모순이 읽힌다. 더 나아가 그러한 구조적 모순은 경제 전체의 장기근속 일자리 비율 감소와 맞물려 노조가입률도 낮춘다. 결국 노조가입률 하락과 노조의 귀족화는 동전의 양면과 같이 불가분의 관계가 된다.
정리하면, 선진국들에서 노조가입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주된 이유는 장기근속용 일자리가 점차 감소하기 때문이고, 최근 그런 일자리가 감소한 이유는 기계에 의한 혹은 개도국의 값싼 노동력에 의한 대체 때문이라 유추할 수 있다. 불행히도 기계나 개도국에 의한 노동력 대체는 거스르기 어려운 대세다. 노조 스스로 소득과 근속연수에 따라 조합비를 대폭 차등화하고 저소득 단기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전액 감면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후자의 노조 가입을 진작시키고 귀족노조라는 오명을 벗어야 한다. 아울러 양대 노총에 매년 수십억 원의 국고보조금을 지급하는 정부도 관리감독의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