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동산 정책의 무게

입력 2021-11-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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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오전 11시 20분, 전국 KT 인터넷 사용자들은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아야만 했다. KT 인터넷망 접속이 끊기면서 강제 ‘오프라인’ 상태가 됐다. 89분간 계속된 먹통 현상으로 전국에서 크고 작은 사건이 잇따랐다. 온라인으로 시험을 보던 대학생은 시험을 망쳤고, 점심 장사에 나선 자영업자들은 카드 결제를 받지 못해 돈 대신 명함을 받고 외상을 달았다.

전국 인터넷망 먹통 원인은 단 한 단어에서 시작됐다. 지방 KT 지사에서 네트워크를 연결해주는 장치인 라우터 교체 작업 중 한 작업자가 명령어 ‘exit’ 입력을 빼먹어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지역 라우터 오류가 전국으로 퍼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초였다. 프로그래밍 언어 한 글자, 한 단어의 무게감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그런데 단어의 무게감을 따지면 정부 정책도 만만찮다. 프로그래밍 언어가 단 한 글자만 잘못돼도 시스템 전체가 멈추는 것처럼 잘못된 정책 한 두 개 만으로도 시장은 혼란에 빠진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부동산 정책과 그 결과만 봐도 그렇다. 지난해 8월 시행된 임대차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은 전셋값 폭등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다주택자가 집을 팔도록 보유세를 높이자 오히려 매물은 자취를 감추고 그 대신 증여가 늘었다. 전셋값이 오르고 매물이 사라지는 동안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지난달에는 가계부채 대책이라는 이름으로 대출 규제 방안을 내놨다.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해 집값 상승을 막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매매 실수요자가 전세시장으로 내몰리면서 전셋값이 오르고,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처럼 대출 규제가 없는 비주택 청약 광풍이 몰아치는 등 벌서부터 부작용이 거세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부동산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 원인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당정이 마음만 먹으면 내일이라도 당장 정책을 바꿀 수 있다. 제대로 된 명령어 하나만 추가해도 모든 프로그램이 정상 작동하듯 규제를 풀고 아파트 공급을 유도하면 부동산시장은 금방 안정될 수 있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 오류를 외면하면 부동산시장 마비는 더 심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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