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좀 먹는 인플레...미국, 현금·일자리 넘치는데도 “경제 어렵다”

입력 2021-11-08 15:33 수정 2021-11-08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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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인상 1983년 이래 최대폭
미국인 저축, 팬데믹 기간 2.3조 달러 늘어
10월 갤럽 조사서 68% “경제 상황 더 악화”

▲미국 세인트루이스의 한 슈퍼마켓에서 고객들이 제품을 보고 있다. 세인트루이스/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세인트루이스의 한 슈퍼마켓에서 고객들이 제품을 보고 있다. 세인트루이스/로이터연합뉴스
객관적인 지표를 놓고 보면 미국인들의 살림살이는 나아졌다. 넘치는 일자리에 지난달 실업률은 4.6%까지 하락했다. 구인난에 허덕이는 기업들은 높은 임금과 각종 복지혜택을 내놓고 있다. 미국인들의 저축 규모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뛰어넘는다. 그러나 미국인 대다수는 경제가 끔찍한 상태라고 말한다. 이 같은 모순을 두고 경제 심리를 갉아먹는 인플레이션의 역풍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미국 노동시장은 확실하게 노동자 우위 시대다. 한 세대 만에 처음 있는 일로 노동시장에 지각변동이 벌어졌다. 기업들이 임금을 1983년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인상했지만, 근로자들은 기록적인 속도로 직장을 그만두고 있다.

보유 현금도 두둑하다. JP모건체이스 분석 결과 19개월의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기간 미국인들은 코로나 이전 수준과 비교해 2조3000억 달러(약 2730조 원)를 더 저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중위소득 가구의 7월 통장 잔고는 2019년 같은 기간보다 50%나 많았다.

그런데도 미국인들의 경제 평가는 냉혹하다. 10월 갤럽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8%가 경제 상황이 더 악화했다고 답했다. 더 나아졌다고 답한 응답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4월보다도 적었다. 정당 지지도와도 관계가 없었다.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자들 모두 현 상황을 경제가 무너져내렸던 2010년대 초만큼 비관적으로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모순에 대해 인플레이션 효과라고 분석한다. 미시간대학의 리처드 커틴 교수는 “사람들은 물가가 뛰고 있는데 이를 관리할 정책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자신감이 바닥을 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는 커지고 있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5.4%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이후 최대 폭 상승이다. 10일 발표되는 10월 CPI는 이보다 더 높은 5.8% 상승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1990년 이후 최고치 경신이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도 4.3%로 9월의 4.0%를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밀 가격이 최근 9년 만에 최고치까지 치솟는 등 전 세계 식량 물가가 들썩이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부채질하고 있다. 빵에서부터 비스킷, 베이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식품의 원재료인 밀은 올해 북반구 주요 재배지역의 가뭄과 폭우 등 기상 이변과 함께 글로벌 공급망 제약이 겹치면서 전 세계적으로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지자 밀 가격이 급등했고, 이로 인해 전 세계 식량 가격은 1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밀 최대 재배지로 손꼽히는 호주와 아르헨티나가 다음 시즌에 2450만 톤과 1350만 톤을 각각 출하할 예정이다. 예상대로라면 전 세계 밀 수출의 20%가 두 나라에서 나오게 된다.

다만 두 나라의 물량 공세에도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최근 공급망 혼란으로 컨테이너 선적 비용이 치솟은 데다 현지 강수 상태가 밀의 품질을 떨어뜨릴 수 있어서다. 호주 일부 곡창지대에서는 예상보다 높은 평균 강수량을 기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물가 상승 압력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시간표를 앞당길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인플레이션 공포에 위축된 심리를 더 압박해 경제회복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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