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주식시장의 3대 지수가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반면, 국내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박스권에 갇혀 맥을 못 추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한미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8일 코스피지수는 3000선 안착에 실패하며, 답답한 흐름을 이어갔다. 이날 코스피는 기관과 외국인 동반 순매도에 1% 이상 하락하며 장중 2930선까지 후퇴했다.
코스피 지수는 8월 3200선, 10월 3100선 아래로 내려간 뒤 내림세를 계속 나타내고 있다. 전 고점보다 전 저점이 훨씬 가까운 지수대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2020년 12월 30일 종가(2874.37) 수준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커졌다.
반면, 지난 5일(현지시간)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6거래일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도 이틀 만에 다시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미국 증시는 호조세를 보이는 가운데, 국내 증시는 박스권에 갇히면서 디커플링 현상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최근 한 달간 S&P지수는 6.97% 상승했으나 코스피는 0.31% 역성장했다. 비교 기간을 늘리면 디커플링 흐름은 더 뚜렷해진다. 최근 3개월간 S&P가 5.30% 상승할 때 코스피는 9.92%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지난 5일까지 S&P지수는 25.07% 상승했으나 코스피는 3.33% 오르는 데 그쳤다.
국내 증시가 힘을 못 쓰는 이유로는 글로벌 공급망 병목현상 장기화에 취약한 산업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을 비롯한 신흥 아시아 지역은 글로벌 밸류체인에 있어 중심 역할을 하면서 교역·대외 의존도가 높다. 공급망 병목현상이 장기화하고 심화할 경우 1차적인 충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중국 전력난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불안 심화도 코스피와 신흥국 아시아 증시에 대한 매력을 크게 약화했다”고 덧붙였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한국 증시의 탈동조화 현상 지속은 미국 등 선진국이 3분기 실적 모멘텀에서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었다는 점이 결정적 요인”이라며 “결국, 신흥국들의 실적 모멘텀이 회복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미 기업들의 성장 모멘텀 차이, 긴축 리스크, 공급망 차질, 중국 리스크 등에서 일부 요인이 완화될 조짐이 나타나면서 디커플링 현상이 다소 해소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미간 디커플링을 초래했던 현상이 일부 완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외국인 보유 비중의 하락 폭 제한과 함께 디커플링 현상이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