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시장 진출 여부를 연내 결론 낼 지 관심이 쏠린다. 무려 3년째 제자리걸음을 보여온 중고차시장 개방 여부가 가려질 전망이다. 그간 완성차 업계와 중고차 업계가 팽팽히 맞서온 터라 어떤 방향으로 결론이 나든 진통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르면 이달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열고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민간 위원들로 구성된 심의위가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결정할 경우 현대차 등 완성차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앞으로 5년간 다시 제한된다. 반대로 생계형 적합업종에서 탈락시키면 완성차 업체들의 중고차 시장 진입이 본격화하게 된다.
중고차 시장에 대기업 진입이 제한된 건 지난 2013년이다. 당시 동반성장위원회가 중고차 매매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 대기업 진입이 막혔다. 적합업종 기한이 만료된 2019년 중고차 업계는 다시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요구했다. 중고차 시장에 대기업이 발을 들이면 영세업체들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동반성장위원회는 그해 11월 중고차 시장에 대기업의 진입을 막는 것이 되레 소비자의 편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이 부적합하다고 결론 내렸다.
중고차 중고시장 개방 문제는 이때부터 교착상태에 빠졌다. 동반성장위의 의견을 중기부 심의위가 받아들일 것이라는 업계의 예상과 달리 결정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결국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중기부, 완성차업계, 중고차업계 등과 함께 중고자동차매매산업발전협의회(중고차발전협의회)를 발족해 중재에 나섰다. 하지만 완성차 업계는 사업자와 개인 거래 물량 총 250만대 중 10%인 25만 대까지 취급하겠다는 입장을, 중고차 업계는 사업자 물량(130만대)의 10%인 13만 대만 취급해야 한다는 주장 등을 굽히지 않으면서 협상은 결렬됐다. 공은 다시 정부로 넘어갔다.
정부가 좀처럼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사이 허위 매물 사기와 강매 등 중고차와 관련해 소비자 피해는 적지 않게 발생했다. 6개 교통·자동차 전문시민단체가 연합한 교통연대는 지난달 중기부에 소비자 보호를 위해 중고차 시장을 즉시 개방할 것을 촉구했다.
중기부는 결정이 더 미뤄지면 업계와 시장의 혼란이 더 심화할 것으로 보고 연내 심의위를 열어 사안을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진통은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중고차 판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에서 탈락할 경우 중고차 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안병열 서울시 자동차매매사업조합 이사장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중고차 시장에서 연식이 낮은 무사고 차량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데 완성차 업계가 들어서면 제한 없이 전량 차량을 매입할 것”이라며 “좋은 중고차는 대기업이 판매하고 상대적으로 나쁜 차량은 소상공인들에게 주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