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주식 투자보다 낫다...코코 샤넬도 울고 갈 ‘샤테크’의 세계

입력 2021-11-04 15:05 수정 2021-11-04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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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의 보복소비 심리가 명품들의 콧대를 갈수록 치켜세워주고 있네요. 3일에도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이 일부 인기 제품 가격을 기습적으로 인상했습니다. ‘클래식 스몰’ 가격은 893만 원에서 1052만 원으로 17.8% 올랐고, ‘클래식 미디움’은 971만 원에서 1124만 원으로, ‘클래식 라지’는 1049만 원에서 1210만 원으로 각각 15% 올랐습니다. 이번 인상으로 샤넬 클래식백 라인은 사실상 모두 1000만 원을 넘게 됐습니다.

(샤넬 홈페이지)
(샤넬 홈페이지)

샤넬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번까지 네 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2020년 5월 11.12, 2.55, 보이, 가브리엘, 샤넬19 등을 5~17%를 올렸고, 그로부터 5개월 후인 10월에 추가로 5% 인상했습니다. 올해 7월 1일에 10%를 또 올리더니 이번에 추가 인상을 단행한 것입니다.

▲샤넬 제품 가격 추이. 출처:소더비
▲샤넬 제품 가격 추이. 출처:소더비

◇‘수요와 공급 법칙’도 깬 샤테크의 세계

일반적으로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꺾이기 마련이지만, 샤넬은 이런 상식조차 뒤엎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우선, ‘샤넬’이라는 브랜드 자체가 주는 로망이 있습니다. 높은 가격에서 비롯된 부(富)의 상징물이자 쉽게 넘볼 수 없는 배타성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입니다.

또 소장 가치 있는 명품으로서 되팔면 ‘돈’이 되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인 옥션 하우스 소더비에 따르면 ‘샤넬 미디엄 클래식 플랩’ 가방 가격은 1990년 1150달러에서 2021년 7800달러로 7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지난 30년간 샤넬 핸드백은 평균 6.5% 올랐는데, 이는 미국 S&P500지수 상승률보다는 낮지만, 같은 기간 미국 물가상승률인 2.3%의 2배가 넘습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상승률은 약 10%이며, 이는 S&P500지수 상승률과 맞먹는 수준입니다. 샤넬이 ‘클래식 플랩 백’, ‘보이백’에서부터 최근 데뷔한 ‘샤넬19 백’에 이르기까지 인기 제품 가격을 지속적으로 올려온 결과입니다. 장롱에 십 수년 간 잠자는 샤넬 백이 있나요? 지금 당장 중고 시장에 내놔보세요. ‘샤테크’의 세계는 정말 놀랍습니다.

▲샤넬 가격 인상을 앞두고 오픈런하려 매장 앞에 줄 선 사람들. 출처 : 연합뉴스
▲샤넬 가격 인상을 앞두고 오픈런하려 매장 앞에 줄 선 사람들. 출처 : 연합뉴스

◇앞으로 더 오른다?

가격 인상은 샤넬만의 독단이 아닙니다. 명품 가격은 수십 년 동안 물가상승률의 두 배가 넘는 속도로 치솟아왔습니다. 샤넬도 업계와 보조를 맞추는 것이지요.

전문가들은 수요가 있는 한 샤넬의 가격은 계속 오를 거라고 봅니다. 명품 구매에 더 많은 돈을 쓰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으니까요.

팬데믹으로 인한 봉쇄 기간 생긴 손실을 만회하려는 명품 업계는 보복소비에 뛰어드는 소비자들을 붙잡으려 혈안입니다. 특히 명품에 환장하는 중국, 일본 같은 주요 아시아 시장이 타깃입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가격 인상 소문이 돌면 매장 문 열기 전부터 ‘오픈 런’ 하려는 대기 행렬이 진풍경을 연출합니다. 이제 한국도 주요 명품 시장이 된 것이죠.

전문가들은 샤넬이 원자재 및 인건비 같은 요인에 따라선 앞으로 가격을 최소 1~2차례 더 올릴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원자재비와 노동비용은 올라갑니다. 양가죽 구입 비용이 늘어난다면 샤넬은 제품 가격을 올려 그 손실을 만회하려 들 겁니다.

인건비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샤넬 제품은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지의 숙련된 장인들이 만들기 때문에 인건비 비중이 특히 높습니다.

생산 인력이 적어 항상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도 고가 요인입니다. 인기 제품은 결제를 하고도 매장에서 바로 인도받기도 쉽지 않을 뿐 더러 길게는 몇 달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아울러 샤넬의 제품 가격 인상 결정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 부족과 생산 지연 같은 외부 요인도 있을 수 있습니다.

◇중고품 시장서도 인기 '후끈'

신품 가격이 부담된다면 중고품은 어떨까요. 소더비에 따르면 샤넬 클래식 백은 유행을 타지 않기 때문에 중고 명품 시장에서 최고의 인기를 자랑합니다. 중고 시장에서 샤넬 클래식 플립 백은 연식과 상태에 따라 소매가보다 약 15~35% 정도 저렴하게 살 수 있고, 특히 상태가 훌륭한 제품은 소매가와 별 차이 없이 팔립니다.

중고 시장에서 인기가 많을 수록 샤넬의 이름값은 더욱 높아집니다. 이런 수요 급증은 샤넬에 제품 가격을 무리 없이 올릴 수 있는 당위를 제공합니다. 앞으로 가격이 계속 오른다면 리셀러들은 샤넬 백에도 에르메스와 같은 프리미엄을 얹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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