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은 이달 들어 전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6776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달 순매수 규모(2조8301억 원)의 절반이 넘는 수준이다. 다만 이날 8443억 원 사들이면서 순매수세로 전환했지만 여전히 월 순매도액은 4967억 원에 달한다.
특히 개인의 매도 폭탄 가운데 반도체 매도세가 두드러졌다. 이 기간 개인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각각 2345억 원, 1564억 원 팔아치우며 두 종목을 가장 많이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고전하던 반도체 대장주들이 ‘7만전자’, ‘10만닉스’ 등 회복세로 접어들면서 차익실현을 위해 매물을 쏟아낸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주가는 지난달 27일부터 5거래일간 코스피 팔자를 이어가던 외국인이 전날 3224억 원 넘게 사들이며 순매수세로 전환한 영향이 컸다. 간밤 뉴욕 증시에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3개월 박스권을 돌파한 뒤 신고점을 경신했고, 수출 호조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반도체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도 회복됐다는 분석이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둔 상황에서도 미 증시가 신고가 랠리를 이어갔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신고가를 경신하며 반도체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 회복이 국내 증시에 직접적으로 작용했다”며 “반도체 업종은 4분기 디램(DRAM) 가격 하락 가능성이 주가에 선반영됐다는 인식과 투자심리 회복에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개인투자자의 동력 자체가 약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일평균 거래대금은 22조7000억 원으로 전월 대비 9.1% 감소했다”며 “개인 매매 비중은 70.4%로 전월보다 0.7%p 하락했고, 개인 회전율 역시 9.0%p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강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신용거래융자도 전월 대비 3.3% 감소한 24조 원을 기록했으며, 예탁증권담보대출은 전월보다 0.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주주 산정 시점(직전 사업연도 종료일)을 앞두고 주식 양도세를 피하기 위해 매도세가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정 시점만 피하면 과세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연말 개인의 투매는 매년 이뤄져 왔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12월 한 달간 개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3조8275억 원을 팔아치우며 2012년 8월(4조7027억 원) 이후 7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동학개미 운동이 불붙었던 지난해는 11월에 2조7835억 원어치의 매도 물량이 나왔고, 12월에는 약 3조6508억 원을 사들이며 순매수세로 돌아섰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연말 시장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은 올해 수익이 높았던 종목을 차익실현하고 포트폴리오 비중을 시장에 맞춰 올해 성과를 확정하려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