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우리는 디자인을 생각할 때 아름다운 것, 보기 좋은 것으로 표현되는 심미적 요소에 치중한다. 그러나 이제 디자인은 상품의 미적 가치를 올려 관심을 높이고 고급스러움을 선사할 수 있는 것을 넘어서, 사용자가 불편하다고 느끼는 문제점이나 사회가 당면한 현안들을 새롭게 해결할 수 있는 도구가 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더 심화되고 풍부해진 온라인 관계와 더불어 빠르고 역동적으로 진행되는 미래 산업혁명에서 디자인은 부가가치 증대의 열쇠가 되고 있다. 특히 가상공간 또는 증강현실이라는 세계가 열리며 시각적으로 구현되어야 하는 가상 환경, 가상 생활품, 사용자의 아바타, 의상 등을 구현하는 디자인 요구가 폭발적으로 늘며, 디자인은 기술과 인간 상호관계의 융합을 촉진하고 새롭게 정의하는 가교 역할을 하게 된다.
디자인이 이런 역할을 하는 이유는 시각적 자극이 인간의 감정과 인지에 미쳐 개인의 판단과 의사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세상을 지각하고 소통을 돕는 데 언어만큼 중요한 감각 기관이 바로 시각이다. 후각, 촉각, 미각, 청각보다 시각은 우리가 환경을 인지하고 상호관계를 만들어 정보를 교환하며 세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다른 감각보다 시각으로 인지할 수 있는 범위가 크고, 시각 자극에 쉽게 지치지 않으며, 시각 기억을 훨씬 오래 담아 둘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우리의 뇌는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후두엽이 다른 감각 처리 부분에 비해 더 치밀하게 발달되어 서로 상충된 정보가 있을 때 시각이 다른 감각을 지배하는 경향이 있고, 객관적 정보가 강하게 혹은 약하게 다가오게, 또 그 영향이 크게 혹은 작게 나타나게 만들 수 있다.
이런 시각적 자극의 속성과 역할은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더욱 어렵게 만드다. 이 질문에 흔히 생각할 수 있는 답은 “천재적인 디자이너가 깊은 영감으로 빚어낸 어떤 것”이라 할 수도 있겠다.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선과 색의 구현으로 신선함을 주고 색다른 감동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개인 디자이너의 이런 영향력이 지속력 있고 큰 반향을 불러오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기술의 발전은 우리 생활의 반경을 넓히고 취향을 다각화시켰으며, 물건 자체가 어떻게 디자인되었나보다 그것을 사용하는 데 관여되는 전체적인 에코 시스템이 어떻게 디자인되었느냐가 성공을 좌우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사용자에 대한 이해가 좋은 디자인을 결정하는 데 중요해졌다. 디자인 분야와 무관한 사람들도 ‘사용자 중심 디자인’이라는 말을 흔히 들어보았을 것이다. 좋은 디자인은 ‘그 디자인의 사용자가 원하는 디자인’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사용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찰이 중요해지는데, 이를 위해서는 사용자의 사고, 상황, 환경, 시간, 가치, 능력, 한계 등의 총체적 이해를 바탕으로 상품에 이런 요소들을 어떻게 조화롭게 실현하느냐가 관건이다.
하지만 사용자의 이해보다 더욱 중요한 요소는 얼마나 디자인이 사회가 흘러가는 방향을 반영하고 제시하느냐이다. 특히 혁신 상품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현재 어떤 상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넘어 어떠한 삶을 살고 있으며 어떠한 관계적 가치를 추구하는지, 그런 가치가 왜 중요한지에 대한 이해와 현재와 근미래에서 인정받는 사회인의 존재로서 어떠한 것이 중요하고 강조되는지, 어떠한 사회적 이슈가 그들을 긍정적으로 흥분시키고 또는 혐오하게 하는지, 어떤 인생의 가치와 철학이 그들의 삶에 중요한 것인지를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미래를 준비시키는 디자인 교육은 이런 점을 다루어야 한다. 사실 이런 점들은 이미 세계적인 디자인 학교에서의 디자인 교육에 중요한 커리큘럼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 부분은 다음 칼럼에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논의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