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유력 대권 주자들을 둘러싼 대장동 개발 로비ㆍ특혜 의혹과 고발사주 의혹 수사가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모두 용두사미 수사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장동 의혹 수사를 위해 꾸려진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주말과 휴일에도 관련자 조사를 이어가며 혐의 입증에 주력했다.
검찰은 조만간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김 씨는 두 번째 영장청구다.
검찰은 김 씨와 남 변호사, 정 회계사가 유 전 본부장과 함께 민간사업자에게 막대한 수익이 돌아가도록 사업을 설계해 성남도시개발공사 측에 수천억 원 상당의 손해를 입힌 것으로 보고 있다. 유 전 본부장에게 그 대가로 700억 원을 지급하기로 약속했다고 의심한다. 당사자들은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대장동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초기 수사는 광범위한 압수수색 등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이 때까지만해도 이번 의혹 사건의 핵심인 로비ㆍ배임 정황에 대한 신속한 사실 규명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가 많았다.
특히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신병을 조기에 확보하면서 '윗선'에 근접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었다.
그러나 성남시청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지 다섯 번 만에 시장실을 늑장 압수수색하는 등 실기했고, 유 전 본부장을 기소하면서 핵심인 배임 혐의를 적용하지 않아 수사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장동 의혹 수사팀은 출범 한 달을 넘겼지만 정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과 관련자들의 진술에 의존하면서 좀처럼 수사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수사팀은 '배임'과 '직권남용' 양 갈래 수사를 통해 '윗선' 규명에 힘쓰고 있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 당시 전체 수익의 일정 부분을 가져가는 '비례형'으로 설계됐던 성남도시개발공사 수익 배분 방식이 '고정형'으로 바뀐 것과 민간에 과도한 이익이 돌아가는 것을 막기 위한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이 빠진 부분을 배임 정황으로 의심한다.
또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에 대한 사퇴 강요 의혹이다. 황 전 사장은 조기 사퇴 배경에 성남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검찰 수사에서 사실로 밝혀질 경우 직권남용 혐의로 이재명 대선후보까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 후보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맞서고 있다.
그동안 유 전 본부장 기소에 그친 검찰로서는 김 씨에 대한 두 번째 구속영장이 중대기로인 셈이다.
고발사주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공수처는 2일 핵심 인물인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을 소환 조사한다. 사건 수사에 돌입한지 약 2개월 만이다.
손 검사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4월 부하 검사들에게 여권 인사들을 고발하는 고발장을 작성하라고 지시하고 이를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 총선 후보(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달해 고발을 사주한 혐의를 받는다.
공수처는 고발사주 제보자 조성은 씨가 김 의원과 통화내용을 담은 녹취록 전문을 공개하면서 난처한 상황이 됐다. 녹취록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이름이 거론되기는 하지만 고발을 사주했다는 직접적인 발언은 없었던 만큼 손 검사와 김 의원 등이 방어 논리를 세우는데 유리한 상황이다.
공수처는 고발장 작성자를 특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전 카드가 절실하지만 손 검사와 소환 조사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신청한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되면서 수사 능력에 한계를 보여줬다는 지적을 받았다.
공수처는 손 검사 소환조사를 통해 유의미한 결과를 얻어내지 못할 경우 야당 대선주자 경선을 앞두고 정치적인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고발사주 의혹은 '손준성→김웅→조성은'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의 실체를 파악하고 윤 전 총장의 개입이나 관여 여부를 밝혀내는 게 핵심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여야 유력 대선주자들이 얽힌 사건에 대해 검찰과 공수처 모두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정치 공세의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시간이 갈수록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성급하게 수사를 마무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공수처는 사실상 수사 능력을 가늠하는 첫 시험무대인 만큼 총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