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히도 작가의 답변에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줄 만한 뒷이야기가 들어있지 않지만, 그렇다고 이 숫자에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일례로 고대 이집트인들의 사후 세계를 잘 보여주는 ‘사자의 서’라는 책에 숫자 42가 언급되고 있다. 이 책에 따르면 사후세계에 도달한 망자는 42명의 심판관 앞에서 생전에 인간이 도덕적으로 해서는 안 될 42가지를 하지 않았다는 부정고백을 해야 한다. 또한 서양 최초로 금속활자를 발명한 요하네스 구텐베르그(Johannes Gutenberg)의 성경 역시 숫자 42와 연관이 있다. 이는 유럽에서 가동활자를 이용해 인쇄된 최초의 서적으로, 각 페이지가 42줄 2단으로 이루어져 있어 ‘42행 성서’라고도 불린다. 이들 외에도 이 숫자가 인류사 안에서 언급되는 경우는 심심치 않게 있다. 하지만 이 숫자가 왜 흥미로운 지 말하기 위해 꼭 역사책을 뒤적여야만 되는 건 아니다.
수학의 틀에서 봐도 이 숫자는 지루하지 않다. 같은 숫자지만 읽을 때는 ‘사십이’, 그리고 셀 때는 ‘마흔 둘’이라 하듯이, 이 숫자는 한눈에 알아채기 어려운 여러 특성에 기인한 여러 이름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들 이름은 수학자들이 붙인 거고 우리처럼 수학을 업으로 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6×7=42’가 가장 친숙하다. 즉 42는 연속하는 두 자연수 6과 7의 곱으로 이루어진 숫자다. 그리고 소수가 1과 자기자신으로만 나누어지는 수를 칭한다는 걸 안다면 42가 연속하는 두 소수 19와 23의 합으로 주어지는 것도 알아차릴 수 있다. 그런데 이 두 특성만으로는 이 친구의 면면을 다 알기 어렵다. 42에 붙여진 여러 다른 이름들의 의미도 알아야 한다.
과잉수(Abundant Number)부터 시작하자. 이는 자연수(n)의 약수를 모두 합했을 때 그 결과가 자연수의 두 배, 즉 2n보다 큰 수를 말한다. 42의 약수인 1, 2, 3, 6, 7, 14, 21, 42를 모두 합하면 96인데, 이는 42의 두 배인 84보다 크다. 42는 과잉수다. 하샤드수(Harshad Number)란 이름도 있다. 주어진 진법에서 그 수의 각 자릿수 숫자의 합으로 나누어 떨어지는 자연수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숫자 12의 각 자릿수 숫자를 합하면 3인데 12는 3으로 나누어 떨어진다. 그래서 12는 하샤드수에 속하고 42 역시 하샤드수이다. 이 이름은 ‘기쁨을 준다’는 뜻을 가진 산스크리트어 harshad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숫자가 무슨 기쁨을 주겠나’ 하는 회의를 갖는 사람들을 위해 이 이름에 걸맞은 일화를 하나 소개하고 싶다. 즉 42의 2진법 표기가 101010인데, 이를 이유로 숫자 42를 좋아하는 이들이 모여 2010년 10월 10일에 파티를 벌였다고 한다. ‘수’를 사랑하는 이들이 할 만한 재미있는 발상이다. 42는 카탈랑수 (Catalan Number)나 실용숫자(Practical Number)의 특성도 갖고 있다. 이들에 대한 설명은 좀 더 많은 지면을 필요로 하니 다음 기회로 미루겠다.
위에서 말한 여러 특성들도 흥미롭지만 숫자 42만이 갖고 있는 특별함을 보여주진 않는다. 이 수를 한번 더 눈여겨보는 이유는 오래된 수학 난제 중 하나와의 관계 때문이다. 세 정수 x, y 그리고 z의 세제곱의 합으로 어떤 특정한 수를 만드는 과제가 있다. 즉, k=x3+y3+z3이라는 수식에서 k에 임의의 숫자를 주고 주어진 식을 만족하는 정수 x, y, z를 찾아내는 문제다. 이 식이 풀기 어려운 건 해답의 경우의 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k=1이라 할 때 13+13+(-1)3=1도 위의 식을 만족하지만 93+(-6)3+(-8)3=1도 답이 된다. 그래서 수학자들은 답을 다 모아 (6p3+1)3+(1-6p3 )3+(-6p3)3=1과 같은 현기증 나는 일반꼴을 만들어 놨다. 그런데 42에 대해서는 아주 오랫동안 해답을 찾지 못했었다. 그리고 드디어 2019년 9월 무려 50만 대의 컴퓨터를 그리드로 구성해 100만 시간 이상 계산을 시킨 결과 하나의 답을 찾아냈다.
기쁨에 더해 성취감까지 안겨주니 42는 유명세를 탈 만한 숫자다. 오늘부터 7과 함께 나의 최애 숫자로 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