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에게 선택지가 주어진다면 스포츠 구단은 어떻게 바뀔까? 최근 포항 스틸러스는 팬들의 손에 선수 버스 디자인을 맡기는 모험을 했다.선택지는 총 세 가지. 검은 바탕, 붉은 바탕, 검정&빨강이 어우러진 바탕에 강철 엠블럼을 얹었다. 팬들의 선택은 명백했다. 49.51%의 팬들은 포항 스틸러스를 상징하는 붉은색과 타오르는 강철 엠블럼으로 향했다. 글로벌 팬 2만9000명이 4647만5852개의 소시오스팬토큰(SSU)을 사용해 투표한 결과다. 포항 스틸러스 선수들은 다음 22시즌부터 팬들이 직접 선택한 디자인의 버스를 타고 시합에 출전할 예정이다.
블록체인에 기반한 스포츠&엔터테인먼트사 칠리즈의 이야기다. 그간 스포츠 팬들은 구단의 운영방식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어도 대안을 찾을 수 없었다. 칠리즈는 팬들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구단이 장소 제약 없이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코자 했다. 팬 참여 플랫폼인 소시오스닷컴에서 가상자산 칠리즈와 구단의 팬 토큰을 교환하면 구단과 연계된 투표권과 리워드를 제공받을 수 있다.
인기가 많은 구단의 경우 팬 토큰의 가격도 덩달아 올라간다. 28일 소시오스닷컴 기준 파리 생제르맹(PSG)의 팬 토큰은 68.44CHZ, 맨체스터 시티의 팬 토큰은 50.82CHZ, FC바르셀로나의 팬 토큰은 49.14CHZ에 거래되고 있다. 이렇게 구매한 팬 토큰은 구단의 대소사에 활용된다. 유벤투스의 경우 지난 8월 아틀란타와의 매치에서 버스기사, 보안 직원, 팀 매니저 중 누가 바디카메라를 착용했으면 좋겠는지에 대한 투표를 진행하기도 했다. 팬들은 트레이닝 센터에서 라커룸으로 이동하는 동안 팀 매니저가 바디카메라를 착용, 상황을 중계해달라 선택했다.
칠리즈의 팬 토큰이 현물을 대체한 경우도 있었다. 리오넬 메시는 지난 8월 FC바르셀로나에서파리 생제르맹으로 이적했다. 메시는 이중 급여 일부를 PSG 팬 토큰으로 지급받기도 했다. 칠리즈는 현재 70개 이상의 구단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파리 생제르맹, 유벤투스, FC바르셀로나를 포함해 AC밀란, 맨체스터 시티, 아스널, 인터밀란 등이 주요 구단이다. 축구뿐 아니라 MLB(야구), NHL(아이스하키), NBA(농구) 등 메이저 리그들, 종합격투기 리그인 UFC와 레이싱 리그인 F1 소속 팀들과도 손잡은 상태다.
스포츠와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 덕에 거래 금액과 이용자 또한 순항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24시간 거래 금액 2조3700원이라는 사상 최대 거래액을 달성하기도 했다. 28일 업비트 기준 칠리즈의 거래대금은 392억 원을 상회한다. 칠리즈에 따르면 글로벌 월간 활성 사용자(MAU) 수는 100만 명 이상이다. 칠리즈는 향후 팬들과 그들이 응원하는 구단의 접점을 넓힐 사업 모델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는 중이다. 박소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