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 별세 소식에 ‘죽마고우’ 전두환 전 대통령은 말없이 눈물만 흘렸다고 전해졌다.
전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26일 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서 “전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 별세 소식을 부인 이순자 여사에게 전해 듣고 별다른 말씀 없이 눈물을 흘리셨다”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에 따르면 “전 전 대통령 건강이 좋지 않고 거동도 불편해서 조문을 갈 수 없다”며 전 전 대통령의 빈소 조문 가능성이 적다고 전망했다. 전 전 대통령은 혈액암 일종인 다발성 골수종 투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과 육사 동기인 전 전 대통령은 1979년 12·12 군사반란으로 권력을 잡았다. 군인 시절부터 주요 보직을 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물려받은 노 전 대통령은 1988년 제13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며 전 전 대통령의 뒤를 이었다.
제6공화국 출범 이후 둘의 동반자 행보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제5공화국 비리 청산 여론이 일자 노 전 대통령은 1988년 서울 올림픽 개막식에 전 전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을 만류했고, 5공 청문회 이후에는 백담사로 유배를 떠나보내며 둘의 정치적 관계는 막을 내렸다.
문민정부가 출범한 뒤 5·18 민주화운동 진압과 12·12 군사반란 등에 따른 내란죄로 구속기소 되면서 함께 법정에 올라 두 손을 맞잡는 모습을 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11년 발표한 회고록에서 “우리는 우정과 동지애가 강했지만, 우정을 국가보다 상위에 놓을 수 없게 됐다”며 “전임자는 내게 배신감을 느끼며 서운해할 수 있고 나는 미안해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마음을 가졌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둘의 만남은 좀처럼 성사되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이 전립선암 수술 후 투병생활 중이던 2014년 8월, 전 전 대통령이 예고 없이 노 전 대통령 자택을 찾았다. 전 전 대통령이 “이 사람아, 나를 알아보시겠는가”라고 말을 건네자, 노 전 대통령은 눈을 깜빡이며 화답했다고 한다. 이것이 생전 두 사람의 마지막 만남으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