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다국적 제약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여부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 백신의 초도 생산 물량을 국내 공급하기로 확정한 데 반해 노바백스와 스푸트니크V 백신을 각각 위탁생산하기로 한 SK바이오사이언스와 한국코러스ㆍ휴온스글로벌 컨소시엄은 해당 백신이 글로벌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해 시생산 이후 상업화 생산이 지연되는 모양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위탁생산하는 코로나19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 노바백스, 스푸트니크V, 모더나 백신이다. 이 가운데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 백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모더나 백신은 삼성바이오가 위탁생산 중이다. 스푸트니크V는 한국코러스와 휴온스글로벌 컨소시엄이 각각 위탁생산을 맡는다.
5월 미국 모더나사와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맺은 삼성바이오는 3분기부터 모더나 백신을 생산하기 위해 무균충전, 라벨링 포장 등을 시작했는데 26일 초도 생산 물량 243만 5000회분을 이번주 국내 공급하기로 했다.
삼성바이오는 모더나와 맺은 백신 위탁생산 규모나 현재까지 생산한 백신 물량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고, 내년까지 수억 회 분량의 백신을 생산해 국내는 물론 미국 이외의 시장으로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위탁생산을 시작으로 국내 업계 중 가장 먼저 다국적 제약사의 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 외에 노바백스 백신 위탁생산 계약도 맺었다. 그러나 시생산 이후 글로벌 규제 당국의 승인이 늦어지면서 본격적인 상업화 생산도 지연되고 있다.
노바백스는 올초 글로벌 임상 3상을 마치고 1분기 안에 각국 규제 당국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한다고 밝혔지만, 연거푸 지연돼 지난달에야 세계보건기구(WHO)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는 4분기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언론 폴리티코(POLITICO)는 20일(현지시간) 노바백스가 백신의 순도를 테스트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 미국 규제당국의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폴리티코는 노바백스 백신이 연내 FDA 긴급사용승인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부터 노바백스 백신의 시생산을 시작했고 상업화 생산을 위한 공정도 마무리했지만, 글로벌 규제 당국의 승인이 미뤄지면서 본격적인 상업화 생산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식약처의 품목허가가 나야 상업화 생산이 가능한데, 식약처가 노바백스 품목허가를 위한 사전 심사에 착수는 했지만, 미국이나 유럽 등 주요국의 허가가 나지 않아 본격적인 품목허가 절차에 들어가지 못했다.
글로벌 규제당국의 승인이 미뤄진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V에 대한 위탁생산 역시 시생산 이후 상업화 생산까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코러스는 4월 스푸트니크V 시생산을 시작했고 5월 제조시설에 대한 러시아 당국의 실사를 거쳐 6개월 만에 GMP 인증을 받았는데 인증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한국코러스가 위탁생산하기로 계약한 1억 5000만 도즈 물량을 연내 소화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한국코러스는 아직 러시아에 백신 출하 승인을 받지 못해 완제품을 생산하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코러스 측 관계자는 “1차 출하 물량 450만 도즈는 이미 생산해놓은 상황이고, 러시아에서 출하를 위한 마지막 절차가 남아있어 기다리고 있다”라며 “11월 초중순께 본격 출하가 이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휴온스글로벌 컨소시엄은 지난달에야 스푸트니크V의 시생산을 시작했다. 휴온스글로벌 컨소시엄은 이후 러시아 측에 백신 제조시설에 대한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인증을 받는 등 상업화 생산의 여러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휴온스글로벌 컨소시엄 측은 “연내 상업화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고, 글로벌 규제 당국의 승인과 상관 없이 현재 70여 개국에서 승인을 받은 만큼 개발도상국, 중동, 아프리카 등 해당 국가 위주로 백신을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휴온스글로벌 컨소시엄은 스푸트니크V 백신 위탁생산과 관련해 러시아국부펀드(RDIF)와 총 수십 억 도즈 물량 계약을 논의 중이다.
GC녹십자는 존슨앤드존슨(J&J)의 자회사 얀센의 백신을 위탁생산할 것이란 소문이 무성하지만 회사 측은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라는 입장이다. GC녹십자는 이번 얀센 백신 위탁생산과 별개로 지난해 10월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과 5억 도즈 분량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합의를 체결 만큼 얀센 외에 여타 백신을 위탁생산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GC녹십자는 CEPI와 백신 위탁생산 합의 후 여러 외부적인 요인으로 본계약을 맺지 못해 위탁생산 계획을 구체화하지 못했고, 현재 본계약 체결을 위해 논의 중이다.